이회창총재 '김영삼대통령 탈당요구' 안팎…대표·총장도 회견직전에 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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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한국당은 22일 온종일 어수선했다.

이회창총재의 김영삼대통령 탈당요구에 대다수 당직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채 그 파장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李총재 기자회견 내용은 회견직전까지 극비에 부쳐져 있었다.

이한동 (李漢東) 대표와 강삼재 (姜三載) 사무총장마저 까맣게 모르다가 회견시작 1시간전에 열린 당직자회의에서 비로소 회견문을 전달받았다.

김윤환 (金潤煥).박찬종 (朴燦鍾).김덕룡 (金德龍) 선거대책위원장은 아무런 보고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李총재는 오전10시 기자실에서 회견을 가졌다.

약 9분동안 '정치혁신에 관한 우리의 견해' 라는 제목의 회견문을 낭독했다.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3金청산' 을 외칠 때는 어조가 다소 올라갔으나 金대통령의 당적이탈을 요구하는 대목에선 차분한 톤으로 바뀌었다.

회견문 낭독후 李총재는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않고 충남 목천 독립기념관으로 직행했다.

회견장엔 李대표, 서정화 (徐廷和) 전당대회의장, 이해구 (李海龜) 정책위의장, 신경식 (辛卿植) 총재비서실장, 김정수 (金正秀) 정치자문특보등이 배석했다.

金대통령 직계인 姜총장은 불참했다.

회견도중 李대표는 누가 봐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민주계인 金특보는 金대통령 탈당요구 얘기가 나오자 자리를 떠버렸다.

金특보는 회견내용을 미리 알지 못한 상태에서 회견장에 나왔다고 한다.

회견후 李대표와 3인 선거대책위원장들이 모였다.

중앙선대위 현판식을 갖기 위한 모임이었으나 화제는 자연스레 李총재 회견에 모아졌다.

이들의 견해는 비판적이었다.

李대표는 "선대위원장들의 공통된 인식은 지금 이 시점에서 당 명예총재인 金대통령에게 당적을 버릴 것을 요구하는 것은 화합과 결속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李총재를 적극 지지해온 김윤환위원장은 기자들과 따로 만나서는 "절차상의 문제는 있지만 李총재가 부패구조 청산을 위해 제기한 문제를 검찰이 수사하지 않고 대통령도 수사토록 하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으므로 李총재로선 어쩔 수 없이 자립의 길을 선택한 것" 이라며 수긍하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朴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李총재의 회견은 그 내용과 방식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국민을 불안케 하는 것" 이라고 비판하고 "당 명예총재직 보유와 공정선거 관리는 전혀 별개" 라고 말했다.

김덕룡위원장도 "회견내용과 절차에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면서 "대통령의 당적이탈 문제는 독단적으로 요구할게 아니라 당에서 중지를 모으고 공식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안" 이라고 주장했다.

姜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대단히 착잡하다.

대통령이 야당의 압력을 받아 검찰수사 유보를 지시했다는등 음모적 시각으로 바라봐선 안된다" 며 李총재측을 겨냥했다.

그는 그러나 "金대통령과 李총재 사이의 갈등의 골을 메우는데 노력하겠다" 고 밝혔다.

회견에 앞서 열린 당무회의에서도 李총재측은 金대통령의 탈당을 거론했다.

서상목 (徐相穆) 의원은 "대통령이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당적을 버려야 한다" 고 주장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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