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제주도내 최고참 여경 김수열경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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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여자랜 경찰 못 헐거 이수과 (여자라고 경찰 못하란 법 있습니까) ." 제주경찰청 민원실 김수열 (金秀烈.여.48) 경사. 金경사는 제주도내 여성경찰 가운데 최고참 경찰관으로 통하는 사람이지만 경찰이라기보다 친근한 아줌마다.

고교 졸업직후 70년 순경특채로 경찰직에 투신해 이제 근무경력만 27년. 국립경찰 창설 2년뒤인 47년 경찰에 투신했던 부친의 영향이 컸단다.

"48년 4.3이 한창이던 와중에 공직을 떠나셨지만 경찰로서 못다한 부친의 꿈을 펴보고 싶었어요. " 그녀의 여동생도 서울 강서경찰서 면허시험장에서 경장으로 근무하는 중이니 이들은 대를 이은 '경찰자매' 다.

그녀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76년 여름 제주항근무시절 가출끝에 제주항으로 무작정 들어온 초등학교 여자어린이를 돌려 보낸 것. 집에서 하룻밤을 재운뒤 용돈까지 얹어주고 보낸 이 학생은 그후 6년뒤인 82년 어엿한 여고생이 되어 수학여행을 왔다고 그녀는 소개했다.

어려움도 많았다.

70년대초 대통령 초도순시 때만 되면 제주의 걸인.부랑아들을 일단 다른 지역으로 '피신' 시키는 곤욕스런 일까지 했다.

당시로선 어쩔 수 없었지만 金경사는 그때만큼 '민중의 지팡이' 라는 경찰직이 마음에 걸렸던 적이 없다. 제주여경회 회장인 그녀는 "최근 후배여경들과 틈만 나면 양로원.요양원 등지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고 소개했다.

"경찰조직 자체가 아직도 남성중심적이어서 힘들지만 '제주여경이기에 다르다' 는 말을 듣고 싶다" 는게 그녀의 희망이다.

제주 =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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