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관가에서는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 위치한 광화문 KT빌딩(세종로 100번지)이 이명박 정부의 정책 컨트롤 타워로 주목받고 있다. 방송통신위와 미래기획위, 국가경쟁력강화위가 함께 입주해 있는 건물이다. 사실 지난 1년간 이 건물은 ‘이 대통령의 오랜 측근 최시중 위원장이 이끄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입주한 건물’ 정도로만 정치권에 인식돼 왔다. 정부 출범 때부터 세 위원회가 함께 입주했지만 방송통신위를 빼곤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올 들어 이 건물에 갑자기 시선이 쏠리기 시작한 것은 이 대통령의 핵심 브레인들인 곽승준 전 국정기획수석과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줄줄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입주 순서로는 정부 출범 때부터 방통위원장을 맡아온 최 위원장이 가장 선배다. 그 다음은 지난 1월 말 미래기획위원장에 임명된 곽 전 수석, 마지막이 2월 중순부터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출근을 시작한 강 전 장관이다.
‘입주 후배’가 선배들의 사무실을 찾아 인사하는 ‘신고식’은 이미 치렀다. 3월 초엔 세 사람이 오찬 단합대회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세 사람의 장관급 위원장은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자”고 다짐하며 한 달에 한 번씩은 식사를 함께하기로 약속했다는 전언이다. 현재 이 건물 14층엔 최 위원장의 사무실이, 12층엔 강 위원장과 곽 위원장의 사무실이 있다. 정부 정책과 관련해 이들 세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이 빌딩을 두고 ‘MB의 정책 공장’이라거나 ‘청와대의 광화문 별관’이란 이야기까지 나온다. 세 사람이 미디어 정책(방송통신위), 녹색성장을 비롯한 미래의 먹거리 정책(미래기획위), 법·제도 개선을 통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국가경쟁력강화위) 등 주요 정책의 골격을 짜는 주요한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곳을 찾는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물론 정치부 기자들의 발걸음이 부쩍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세들의 입주로 각 위원회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안병만 전 위원장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동안 미래기획위는 사실 변변한 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하지만 곽 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활동 범위가 커졌다.
현 정부 출범 1주년을 기념해 열린 유일한 행사였던 ‘글로벌 코리아 2009 국제학술회의’를 주최했고, 최근엔 중산층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부처 간 정책 조율의 역할까지 떠맡고 있다. 또 1981년부터 28년간 이 대통령과 친분을 쌓아온 강 위원장이 데뷔 작품을 준비 중인 국가경쟁력강화위도 최근 들어 “군기가 확 잡힌 분위기”라고 위원회 관계자가 전했다.
서승욱·남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