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청와대 별관’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요즘 관가에서는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 위치한 광화문 KT빌딩(세종로 100번지)이 이명박 정부의 정책 컨트롤 타워로 주목받고 있다. 방송통신위와 미래기획위, 국가경쟁력강화위가 함께 입주해 있는 건물이다. 사실 지난 1년간 이 건물은 ‘이 대통령의 오랜 측근 최시중 위원장이 이끄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입주한 건물’ 정도로만 정치권에 인식돼 왔다. 정부 출범 때부터 세 위원회가 함께 입주했지만 방송통신위를 빼곤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올 들어 이 건물에 갑자기 시선이 쏠리기 시작한 것은 이 대통령의 핵심 브레인들인 곽승준 전 국정기획수석과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줄줄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입주 순서로는 정부 출범 때부터 방통위원장을 맡아온 최 위원장이 가장 선배다. 그 다음은 지난 1월 말 미래기획위원장에 임명된 곽 전 수석, 마지막이 2월 중순부터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으로 출근을 시작한 강 전 장관이다.

‘입주 후배’가 선배들의 사무실을 찾아 인사하는 ‘신고식’은 이미 치렀다. 3월 초엔 세 사람이 오찬 단합대회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세 사람의 장관급 위원장은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자”고 다짐하며 한 달에 한 번씩은 식사를 함께하기로 약속했다는 전언이다. 현재 이 건물 14층엔 최 위원장의 사무실이, 12층엔 강 위원장과 곽 위원장의 사무실이 있다. 정부 정책과 관련해 이들 세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이 빌딩을 두고 ‘MB의 정책 공장’이라거나 ‘청와대의 광화문 별관’이란 이야기까지 나온다. 세 사람이 미디어 정책(방송통신위), 녹색성장을 비롯한 미래의 먹거리 정책(미래기획위), 법·제도 개선을 통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국가경쟁력강화위) 등 주요 정책의 골격을 짜는 주요한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곳을 찾는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물론 정치부 기자들의 발걸음이 부쩍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세들의 입주로 각 위원회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안병만 전 위원장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동안 미래기획위는 사실 변변한 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하지만 곽 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활동 범위가 커졌다.

현 정부 출범 1주년을 기념해 열린 유일한 행사였던 ‘글로벌 코리아 2009 국제학술회의’를 주최했고, 최근엔 중산층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부처 간 정책 조율의 역할까지 떠맡고 있다. 또 1981년부터 28년간 이 대통령과 친분을 쌓아온 강 위원장이 데뷔 작품을 준비 중인 국가경쟁력강화위도 최근 들어 “군기가 확 잡힌 분위기”라고 위원회 관계자가 전했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