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은 고목이 좋아
대나무에 술을 담아 놓으면 한 달도 못 돼 술이 증발해 버리기 십상이다. 대나무에 수분과 자양분이 오가는 물관이 있는데 이것이 뚫린 채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참나무에도 그런 물관이 남아있다면 와인이나 양주 숙성용으로 애초 쓸 수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참나무, 그것도 미국산 화이트 참나무는 고목이 될수록 물관이 타일로시스라는 알갱이 같은 세포로 꽉 막혀 버린다. 미국산 붉은 참나무는 그렇지 않다. 한국에도 상수리나무·굴참나무 같은 참나무류가 있지만 물관이 제대로 막히지 않는다. 오크통 재료로 아시아산 참나무가 거의 쓰이지 않는 연유다. 프랑스산 참나무는 미국산보다는 타일로시스가 적어 물관과 같은 방향으로 나무를 제재하지 않으면 와인이 샌다. 고목이 될수록 물관이 막히는 것은 술통으로서의 기본인 ‘술이 새지 않을 것’ ‘술맛을 좋게 할 것’ 중 하나를 충족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술통으로 애용하는 참나무는 미국산 화이트 참나무와 프랑스 등 유럽산이다.
◆어떻게 향과 맛을 좋게 하나
오크통이 술이 새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술통으로 사랑받는 건 아니다. 물관이 타일로시스로 막혀 있는 것으로만 치자면 아카시아나무도 화이트 참나무에 결코 뒤지지 않지만 술통으로 쓰진 않는다. 술의 맛을 개선하는 효과가 적기 때문이다. 참나무는 와인이나 양주에 색상과 향기를 더하고 맛을 더 고급스럽게 변화시키는 ‘마력’을 지녔다. 오크통의 결정적 위력이다. 알코올 성분은 색이 없고, 특유의 독한 냄새가 난다. 이를 오크통에 넣어두면 술맛을 부드럽게 하고 매혹적인 색을 띠게 만든다. 알코올 농도 20여 도의 소주보다 40여 도의 양주의 맛이 부드럽게 느껴지는 건 오크통 덕분이다. 참나무에는 떫은맛을 내는 타닌, 쓴 아몬드향의 푸르푸랄, 캐러멜향의 말리톨 등 많은 종류의 화합물질이 들어 있다.
◆완성 직전 불에 그을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