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동남아 경제, 부실금융이 걸림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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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최근 통화위기를 맞아 곤욕을 치르고 있는 동남아의 장래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동남아 각국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지속할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주저앉고 말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최근 홍콩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WEF)에 참석한 전문가들중 정치가및 사업가들은 동남아 장래에 대해 주로 낙관론을 편 반면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동남아의 현재 경제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하는등 비관론을 폈다.

미 MIT대의 경제학 교수인 루디거 돈부시는 동남아 경제가 향후 5년간 매년 평균 4% 성장에 그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같은 성장률은 지난 10년간 동남아 경제성장률의 약 절반밖에 안되는 것으로 이 지역의 고속 성장에 의존해온 여러 사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게 그의 분석이다.

그러나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동남아의 일부 지역에 어려움이 닥치고 있지만 지역 전체의 성장이 멈춘 것은 아니다" 며 낙관론으로 응수한다.

정치가들은 낙관론을 옹호한다.

고촉통 싱가포르 총리는 "현재 분위기는 생각보다 부정적이다.

단기적으로 성장이 둔화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동남아의 경제성장이 멈추지는 않을 것" 이라 말한다.

피델 라모스 필리핀 대통령도 "현재 통화위기는 고속성장에 대한 일종의 경고벨" 이라며 "필리핀 경제는 앞으로 꾸준히 발전해나갈 것" 이란 낙관론을 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중엔 비관론을 펴는 이들이 많다.

특히 이들은 동남아 각국의 금융부실이 앞으로 이 지역 성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 말한다.

세계은행의 가우탐 카지 이사는 "동남아 각국 정부는 하루빨리 금융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 고 경고한다.

최근 자딘 플레밍 증권회사가 밝힌 보고서를 보면 동남아의 금융개혁이 얼마나 시급한지 짐작이 간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싱가포르등 5개국의 금융권 부실대출 합계액은 무려 7백3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부실대출 규모는 최근 환율 기준으로 5개국의 금융권 총대출의 약 15%, 5개국의 국내총생산 합계액의 13%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관계자들은 이때문에 앞으로 동남아 은행들이, 거품경제 붕괴이후 최근 몇년간 막대한 부실채권을 안고 신음하는 일본의 금융권이나, 지난 80년대 동남아에 밀어닥쳤던 은행위기때보다 훨씬 심각한 후유증을 앓게될 것이라 예상하고 특히 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가 심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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