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아파트 전세시장 찬바람…최고 2,000만원 하락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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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는 매물이 없어 전세값이 뛰고 매매가격도 덩달아 올랐지만 올해는 정반대로 매물은 넘쳐나지만 수요자들의 발길이 거의 끊어진 실정이다.

이때문에 전세값이 지난 상반기보다 5백만~2천만원정도 떨어지는가 하면 덩달아 매매가격도 주춤거리고 있다.

부동산중개업계는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이사비 부담을 감안, 이사를 꺼리고 있는데다 최근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다가구.다세대 주택.오피스텔이 소형 아파트 전세수요를 많이 흡수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와함께 내년 (올 연말 시행 예정) 부터 고입전형 방식이 종전 연합고사에서 내신성적으로 바뀌어 중학교 자녀를 둔 사람들이 강남.목동등 전세시장을 선도하는 인기지역으로의 이주를 꺼리는 점과 임대차 기간을 2년으로 변경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짝수해인 90년에 시행돼 홀수해인 올해에는 전세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새 아파트 입주물량도 지난해보다 많은 점도 전세시장 위축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올해 9월부터 12월까지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는 1만8천여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만1천여가구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양천구 목동 금오공인 노승수 (盧承秀) 사장은 "지난해 이맘때는 전세물량이 나오자마자 팔려 미리 계약금을 걸고 대기할 정도였다" 면서 "현재 전세물량이 20여개 나와 있지만 찾는 손님이 별로 없다" 고 말했다.

이때문에 목동 대림아파트 33평형의 경우 전세값이 1억원선으로 지난해말보다 2천만원정도 내리는등 목동일대 아파트 전세값이 하락하는 추세다.

대단위 아파트단지인 개포.상계동 일대도 마찬가지 실정. 개포동 선우부동산 강동균 (姜東均) 씨는 "일반적으로 한달에 4~5건정도 전세물건을 중개했지만 10월들어서는 단 1건 거래를 성사시켰다" 면서 "전세값도 지난해 가을수준에 머물고 있다" 고 말했다.

상계동 주공1단지 뉴욕공인 관계자는 "전세매물을 수십개 확보하고 있지만 10월 들어 거래실적이 거의 없다" 면서 "이때문에 전세값이 17평형 4천5백만원, 24평은 6천만원선으로 지난해보다 5백만~1천만원 정도 떨어졌다" 고 설명했다.

강남.목동등 우수학생들이 몰려있는 지역의 경우 예년에는 강북등 외부에서 중학생 자녀를 둔 사람들이 대거 이사오는 일이 많아 중학교 인근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전세매물 기근현상이 빚어졌지만 올해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 강남개포동 동서공인 尹모사장은 "전세매물은 많이 나와 있지만 중학생이 있는 학부모들이 내신에 부담을 느껴서인지 이쪽으로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면서 "아파트 전세가격이 30평형의 경우 1억1천만원선으로 상반기보다 1천만원 정도 떨어졌다" 고 말했다.

손용태·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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