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대사관 "사진 속 남자는 푸틴 아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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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KGB 요원 시절 관광객으로 위장하고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는 사진 한 장(3월18일 조인스 보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유럽과 중동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보수방송인 자유유럽방송(RFE)은 지난 16일 홈페이지에 사진 한 장을 올려놓고 '푸틴 총리가 KGB 요원 시절인 1988년 관광객으로 위장한 채 모스크바를 방문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진을 촬영한 사람은 레이건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였던 피트 수자. 그는 최근 미국 공영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레이건도서관에 소장된 사진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카메라를 목에 건 줄무늬 셔츠 차림의 젊은 남자가 푸틴이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 전문가들은 사진 속의 남자가 푸틴일 가능성이 낮다고 반박했다. 푸틴은 85년부터 90년까지 동독의 드레스덴 KGB 지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88년에 모스크바에 있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 지역을 담당하는 정보요원이 레이건 대통령의 방러에 맞춰 모스크바로 돌와왔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도 이 사진과 관련한 설명을 요청하자 "넌센스"라고 잘라 말했다. 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사진 속의 젊은이는 전혀 푸틴을 닮지 않았다"며 "이런 외모를 갖춘 남성은 러시아에 얼마든지 많다"고 했다. 이고리 레세토프 공보관은 "대사관은 이런 해프닝에 대해 코멘트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러시아인들이 보기엔 사진 속 인물의 외모가 전혀 푸틴을 닮지 않았으며, 당시 동독에서 근무하고 있던 푸틴이 사진기를 메고 붉은광장에 나타날리 만무하다"고 설명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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