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섬문화 축제…내년 여름 제주서 '한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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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섬 고립과 소외를 운명으로 짊어진 땅. 대륙 문명시대에 섬은 시간이 멈춰진, 사람과의 접촉이 단절된 역사의 변두리였다.

이런 이유로 자연과 가장 닮을 수 있었던 섬은 바닷길이 열리면서 문명세계와 동떨어진 신비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휴양지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이 역시 외부세계와의 단절을 담보로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육지의 시대에서 이제 태평양의 시대, 해양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그리고 이 중심에는 섬이 놓여있다고. 제주도는 이런 시대적 흐름을 읽고 '21세기 제주비전' 을 내놓았다.

더이상 육지의 끝이 아니라 대륙을 연결하는 해양문명의 중심으로 제주를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이 여기 담겨있다.

그리고 '고립에서 연대의 시대로' 라는 대명제 아래 '98 제주 세계 섬문화축제 (World Festival for Island Cultures - '98 Cheju)' 를 오는 98년 7월 18일부터 8월 13일까지 제주 전역에서 펼친다.

세계에서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이 섬들만의 축제는 외부로부터의 폐쇄가 만들어낸 섬만의 고유한 문화를 민속춤과 민속예술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보여주게 된다.

국가 중심의 연대가 아니라 같은 정체성을 갖고 있는 문화 중심의 연대가 이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하나의 국가로서 존재하는 섬보다는 본토와는 다른 고유한 문화를 가진 섬들이 주로 초청 대상 섬이 됐다.

섬나라 속의 섬 오키나와, 로마문명과는 또다른 시칠리아같은. 제주도 이외에 모두 27개 외국 섬이 아시아해와 태평양.인도양.지중해.카리브해.북극해의 여섯개 문화권으로 나뉘어 참가할 예정으로 이 가운데 현재 24개 섬이 확정됐다.

한국 섬으로는 진도와 거제도.강화도에 초청장을 보내놓은 상태. 제주도는 제주비전의 일환으로 이미 지난 7월 제주도에서 인도네시아 발리와 중국 하이난, 일본 오키나와등 4개섬이 참여하는 '섬관광정책포럼' 을 창설했다.

이 포럼이 연대의 싹을 틔웠다면 섬문화축제는 본격적인 섬연대를 실현하는 셈이다.

3년여동안 민간 차원에서 구상 단계에 머물던 섬문화축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포럼이 출범되기 전인 지난 5월 섬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구성되면서부터. 조직위 아래 제주도 출신의 학자와 언론인으로 구성된 집행본부가 모든 실무를 맡아 구체적인 계획과 섭외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시의 전액지원으로 제주시 연동 20만평의 목장 부지와 1백10억원의 예산이 이미 확보됐다.

섬만이 참가한다는 것 외에 이번 축제의 또하나의 특징은 '자연 그대로' 펼쳐진다는 점이다.

'섬은 곧 자연' 이라는 사실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메인 야외공연장과 6개 문화권별 공연전시장으로 이루어진 행사장은 자연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천막 형식으로 지을 계획이다.

섬문화축제는 1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년마다 개최될 예정이다.

제주도가 시작하기는 했지만 오키나와등 이 축제에 욕심을 내는 섬이 많아 섬을 옮겨가며 개최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중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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