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전담보육시설 태부족,전문인력 양성·교육프로그램 개발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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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주부 이미경 (30.회사원.달서구상인동) 씨는 얼마전 두달간의 출산휴가를 마치고 근무시간동안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을 찾았다.

달서구 D어린이집등 여러 곳에 전화했으나 "너무 어려서 돌봐 줄 수 없다" 는 대답만 들었다.

결국 李씨는 시골 할머니에게 아이를 맡길 수 밖에 없었다.

갓난아이를 맡아 주는 어린이 집이 없는데다 주부들이 만든 '어머니회' 는 한달 보육료가 70만원이나 하기 때문이다.

취업 여성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 나는데도 갓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속을 태우는 부부가 많다.

대구지역 4백70여 어린이집은 대부분이 위생상의 문제나 번거로움을 들어 1세미만의 어린이들은 받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속사정은 인건비가 가장 큰 원인이다.

법적으로 이들 어린이집에서는 보육교사를 2세미만은 5명에 1명씩 둬야 하지만 2세는 7명에 1명, 3세이상은 20명에 1명씩만 두면 돼 보육교사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2세 미만을 받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에 따른 보건복지부의 보육사업 지침에는 어린이가 52명을 넘는 곳에서는 0~2세의 어린이반 (5명) 을 1개 이상씩 편성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지키는 어린이집은 거의 없다.

동구신암동의 주부 김미숙 (33.회사원) 씨는 "어린이집마다 갓난 아이를 맡아 주지 않아 여사원들의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며 "대부분 할머니에게 맡기거나 수소문으로 집 인근에서 아이를 봐 줄 주부들을 구하고 있다" 고 말했다.

공립 어린이집도 마찬가지. 동구의 S.북구의 S.달서구의 S등 21개 공립어린이집 대부분도 갓난 아이 양육을 기피하고 있다.

동구의 S어린이집 관계자는 "1세 미만의 아이를 맡을 경우 질병에 감염될 우려가 높고 우유병 소독기같은 위생시설과 보육교사를 늘려야 하는 문제가 있어 곤란하다" 고 털어 놓았다.

결국 영아들을 전문적으로 맡아 키울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나 예산등의 이유로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구전문대 신순식 (申淳湜.유아교육) 교수는 "현재의 어린이집들은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영아들이 생활하기에 부적합하다" 며 "정부나 시가 예산을 마련해 영아전담보육시설을 짓고, 이들을 기르고 가르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고 지적했다.

대구 =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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