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 충격] 왜 살해 강행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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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테러조직인 '일신(一神).지하드'가 김선일씨를 참수한 것에 대해 상당수 중동권 전문가들은 계산된 전술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지난 5월 11일 미국인 닉 버그를 납치해 참수한 데 이어 이번엔 미군을 지원하는 군납업체의 동양인 직원으로까지 테러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동맹국의 분열까지 노렸다는 분석이다.

이라크 전략연구소의 사둔 둘라이미 소장은 23일 통화에서 "민간인을 공격해 재건을 돕는 외국 기업을 철수하게 만들고 파병국에 불안을 조성해 이라크가 정상화되는 것을 지연시켜 자신들의 입지를 확보하는 게 테러조직의 목표"라고 말했다.

아랍권에는 한국 정부가 '파병 방침 확고'라는 입장을 그렇게 빨리 밝힐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있다. 한 이집트 지식인은 "테러단체의 인질 비디오가 방영된 바로 다음날 아침(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에 '한국 정부, 테러범 요구 거부'라는 보도가 나왔다"며 "24시간의 시한이 있었는데도 한국 정부가 시간을 최대한 끌지 않고 입장을 밝힌 것은 좀 성급했다"고 말했다.

한 요르단인은 일부 한국 언론의 잘못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가 촬영했는지는 모르지만 알자지라 방송에 김씨의 부모집에서 입수한 그의 군대시절 사진이 나왔는데 이는 엄청난 실수"라고 말했다. 한국의 징병제를 잘 모르는 납치범들이 김씨가 민간인으로 위장한 정보원 등 군과 관련 있는 인물로 잘못 판단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암만=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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