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주민납치 순간…마을주민 급보에 타격대 즉각 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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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군이 다시 비무장지대의 정적을 깨뜨렸다. 이번에는 야산에서 도토리를 줍던 무고한 모자 (母子) 를 강제로 납치했다. 지난 7월16일 중동부전선에서 포와 기관총을 동원한 군사도발 이후 3개월만이다.

북한군은 납치후 주민을 되돌려 주겠다는 입장을 유엔사 군사정전위에 전해 왔으나 어떤 조건을 내걸지는 아직 미지수다.

북한군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주민들이 군사분계선 (MDL) 을 넘어 납치했다는 주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군측과의 직접 대화를 꾀할 가능성도 크다. 대성동 마을이 유엔사 (UNC) 관할하의 판문점공동경비구역 (JSA)에 들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군 당국은 주민 납치가 MDL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생긴 우연한 일인지, 아니면 우리측의 대응 자세를 점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납치한 것인지 여부등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상황이 발생한 시각은 17일 오전11시45분. 경기도파주시문산읍군내면 어륭저수지옆 야산에서 대성동 마을 홍성순 (67) 씨와 아들 김용복 (37) 씨는 갑자기 무장한 북한군 12명과 맞닥뜨렸다. 홍씨는 대성동 마을 동장 김근수씨의 아내. 동네 주민 3명과 함께 논에 나가 추수일을 하다가 야산에서 도토리를 따던 중이었다.

홍씨 모자는 꼼짝없이 북한군에 연행됐다. 군사분계선을 넘었다는 것이 북한측 주장이었다.

그러나 유엔사 조사결과 북한군이 오히려 MDL을 넘어 2명을 납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성동 마을은 MDL을 나타내는 표시나 푯말이 거의 없어 MDL침범 여부를 가리기 힘든 곳. 북한군은 평소 대성동 마을 MDL 북방에서 한두차례씩 순찰을 벌이고 있다.

오전11시50분쯤. 홍씨 모자가 북한군에 억류된 것이 마을에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곧바로 인근 공동경비구역 (JSA) 부대에 알렸다.

낮12시10분. JSA대대장이 기동타격소대를 이끌고 현장에 출동했다. 숨가쁜 순간이었다.

북한군은 현장에 도착한 JSA부대측에 "20분후에 답변을 주겠다" 며 홍씨 모자를 북측으로 연행해 갔다. 북한측은 이후 다시 "돌려 보내겠다" 는 의사를 군정위 채널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북한군이 홍씨 모자를 계속 억류하면서 서부전선에는 즉각 비상이 걸렸다. 12시30분. 서부전선 방어를 맡고 있는 1군단은 전원을 경계근무에 투입하는 A형 근무에 들어갔다. 5분후에는 한미연합사의 초기대응반 지시가 내려졌다.

12시40분에는 유엔사 군사정전위 비서장인 토머스 라일리 대령이 헬리콥터로 현장에 급파됐다. 같은 시각 합참에도 초기대응반이 소집됐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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