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증시 '바닥'이 없나…금융불안·불확실성 걷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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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추락하는 증시에는 날개가 없다."

정부의 부양책 발표로 14일 하루 반짝했던 주가는 더욱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지난 이틀동안 무려 41포인트 (약 6.7%) 이상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저점이 경신됐다는데 대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종합주가지수 6백은 바닥' 으로 믿었던 펀드매니저들도 손을 놓고 있다.

주로 중소형주를 샀던 개인투자자들은 과다한 신용에 묶여 꼼짝달싹 못하는 모습이다.

시장개방이후 위급할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해줬던 외국인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동방페레그린 백경화 (白京和) 상무는 "아직 꼬집어 말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지만 불안을 내비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 외국인들의 분위기를 전한다.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국가에 대한 투자비중을 낮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을 잘 아는 외국인들조차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일단 지켜보겠다" 고 말하는 실정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경기는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것이 경제전문가들의 평가다.

경상수지 적자가 줄어들고 재고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지는등 실물부문이 좋아지고 있다.

최근 방한한 국제통화기금 (IMF) 연차협의단은 "일부 대기업이 도산하더라도 한국경제는 내년 6% 안팎의 성장을 이룰 것" 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주가는 하락을 멈추지 않는다.

근본적인 이유는 경기전망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경기저점에 대한 주장은 많지만 그 이후의 궤적에 대해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투자심리가 위축된 이유를 금융불안에서 찾는다.

제일은행과 종금사에 대한 특융, 금융기관의 대외채무에 대한 정부보증 방침등으로 위기는 넘겼지만 불안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한국의 대외부채중 단기부채의 비중이 통화위기를 겪고 있는 동남아국가들보다 더 크다.

여름에 빌린 돈은 가을에 갚아야 하고 지금 빌리는 돈은 내년초엔 갚아야 한다.

기아 (起亞) 문제의 장기화, 정치권의 이전투구가 투자심리 위축에 일조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가치로 따진 적정 주가는 얼마일까. 지난 6월말 추정한 상장기업 전체의 주당 순이익은 1천2백31원으로 종합지수가 6백선에 머물렀던 90~91년의 주당 순이익 평균치인 1천3백15원과 비슷하다.

한편 금리수준을 보면 회사채 수익률이 당시는 18%대에 머물렀고 지금은 12%대에 있다.

최근 금융위기 때문에 높아진 국가위험 (컨트리 리스크) 을 감안하더라도 금리와 비교한 상대주가는 91년 수준, 즉 6백선보다 높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90~91년 6백선에서 잘 버티던 주가가 92년 3월 일시 추락한 후 비교적 짧은 기간내 (6개월) 원상회복했고 94년엔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적이 있다.

문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얼마나 빨리 걷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권성철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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