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가 崩落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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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치공방이 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다.

그 결과로 종합주가지주가 5년여만에 600선 이하로 주저앉았다.

이는 그동안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600선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투자자는 물론 기업에도 위기감을 주는 일이다.

그런가 하면 대표적인 중견기업그룹인 쌍방울과 태일정밀의 몰락은 한층 더 충격적이다.

이제 대기업그룹에 이어 사실상 모든 기업이 부도의 위험에 노출됐음을 반증하는 일이다.

왜 기업들이 무너지고 증시가 추락하는가.

이같은 의문에 대한 해답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찾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이다.

주식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고 투자하려는 사람보다 돈을 빼려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이다.

기업부도도 기업이 경영을 잘못해 그런 것이다.

따라서 그 치료법도 경제논리대로 하자면 시장에서 찾아야 하며 정부의 개입을 요구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 경제팀이 취하고 있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진단과 처방은 당장 죽어가는 급한 환자에게 술.담배 하지 말고 적당한 운동을 하라는 충고나 다름없다고 항변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나 금융계 및 증권계 인사들은 경제위기의 본질이 단순히 경제적인 것이라기보다 정치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조정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부는 정치권의 자제를 촉구할 힘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주가의 하락 그 자체로 한국 경제의 붕괴를 예상하는 것은 속단이다.

주가는 여건이 호전되면 얼마든지 반등할 수 있다.

문제는 여건이 나아지지 못할 것이라는 실망감이 팽배해 있어 심리적 패닉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가 정치적인 불확실성이다.

정치권의 비자금 공방 여파로 기업의 연루설이 튀어나오자 기업총수를 사면복권한지 얼마 됐다고 또 자금제공설이 나오느냐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또한 예금비밀조항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아무리 정권말기라 하지만 정부의 경제팀과 집권당간의 의견조율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과연 국정의 중심이 있는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주가 붕괴는 정부의 증시부양조치가 나온 직후 발생했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

단기적으로 정부에 개입을 요구해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기업계 일부에서는 8.3조치때와 같이 기업의 부채를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비상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같은 조치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기업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방법이 시장경제의 원칙에 맞아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은 타당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정부가 할 일은 기업의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조정비용을 줄여주는 것이다.

즉 기업의 인수.합병 (M&A) 이 원활히 이루어지게 당장 제도를 정비하고 부실채권과 부실기업의 부동산매매를 위한 기구를 빨리 가동시키는 것이다.

그러자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기아문제의 해결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기아문제가 해결기미 없이 방치되면 경제운용의 원칙이 정립되기 어렵다.

동시에 대외신인도 유지에 힘쓰고 금융경색을 막기 위해 금융계와 상시적인 의견조율체제를 가동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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