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수술 눈부신 진화 … 흉터요? 감쪽같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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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개인병원에서 난소 종양 진단을 받은 박모(26·여·서울 광진구)씨.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주먹만 한 종양이 발견돼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녀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 못지않게 흉터가 걱정됐다. 박씨는 건국대병원에서 흉터 없이 수술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 수술법을 택했다. 병원 측은 16일 질로 수술 기구를 넣는 무흉터 내시경 수술법으로 종양을 제거했다. 박씨는 17일 오전 퇴원했고 몸에는 수술 흉터가 남지 않았다.

외과 수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배나 가슴을 열어 환부를 도려내는 고전적인 방법이 줄고 배를 열지 않는 내시경 수술이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흉터 없는 수술법과 혈관으로 인조혈관을 삽입하는 시술법 등이 등장했다.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김수녕 교수는 18일 난소·자궁 근종(혹)을 무흉터 내시경 수술로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배를 열지 않고 여성의 질로 내시경과 도구를 넣어 자궁 입구의 벽을 뚫은 뒤 복강 안쪽에 있는 종양을 제거하는 시술이다. 김 교수는 2007년부터 올 2월까지 난소종양 140건을 포함해 200건의 부인과질환에 이 수술법을 적용했다. 성공률은 98%였다. 삼성서울병원도 지난해 5월 이후 유사한 무흉터 수술 80건을 시행했다.

배에 구멍을 뚫어 수술하는 복강경 기법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비뇨기과학회에 따르면 1997년 신장암 완전 절제 시술 777건은 모두 배를 열어 수술했다. 2004년부터 복강경 수술이 본격화돼 그해에 168건이 시술됐고 해마다 증가해 2007년에는 629건으로 늘었다. 대신 절개수술법은 2005년 1244건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 2007년에는 1069건이 됐다. 최근에는 배꼽 밑에 한 개의 구멍만 살짝 뚫는 단일 통로 복강경 수술법이 등장했다. 종전 복강경 수술은 구멍을 서너 개 뚫었다. 수술 시간이 1.5∼2배 더 걸리지만 출혈이 적고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아 인기를 끌고 있다. 배를 열어 담낭 절제수술을 하면 7~10일 입원하지만 단일통로 복강경 수술은 나흘 만에 퇴원한다.

의사가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는 로봇 수술도 빠르게 늘고 있다. 로봇 수술은 집도하는 로봇 팔, 로봇을 원격 조종하는 조종간, 복강경 카메라를 움직이는 팔로 구성된다. 의사는 3차원 영상을 보며 스틱을 움직여 로봇 팔로 수술한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2005년 7월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이후 3년반 만에 2000건을 수술했다. 이 중 90% 이상이 암환자다.

동맥의 벽이 풍선처럼 늘어나는 동맥류 수술도 배를 열지 않고 혈관을 통해 인공혈관을 삽입하는 수술법도 늘고 있다. 지방의 한 병원에서 협심증 수술을 받다 대동맥을 발견한 전남련(79)씨는 16일 서울대병원에서 이 방법으로 수술을 받았다. 5~6시간 배를 열고 수술하기 부담스러웠지만 새 기법으로 간단하게 수술을 받았고 20일 퇴원할 예정. 신촌세브란스병원도 2006년 이후 매년 50~90건의 이 같은 수술을 했다.

수술 기법이 진화하면서 하루 만에 수술하고 퇴원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2000년 당일 수술이 5672건에서 2007년 1만2159건, 지난해 1만2441건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최신 수술법은 건강보험이 안 되기 때문에 진료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통원수술센터장인 이병달(마취과) 교수는 “수술 기법이 발전하면서 환자의 삶의 질이 올라가고 입원비가 절감되며, 간병비나 교통비 등 사회적 비용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고종관·황세희·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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