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시시각각] 북한 미사일은 요격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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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청 부장관을 지낸 국방전문가인 집권 자민당 이마즈 히로시 의원에게 물었다. 원칙적으로 “일본의 피해 가능성이 있으면 요격한다”였다.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방위시스템과 관련해 이미 미국 국방부와 시뮬레이션까지 끝냈다고 한다. 기술적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료주입 단계부터 알 수 있고, 발사 순간 위성으로 감지되기 때문에 초기에 요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서 주장해온 선제타격에 대해서도 “할 수 있다”였다. 그러나 선제타격의 경우 미국이 맡을 것이라고 한다. 일본이 보유한 폭격기로 타격할 경우 북한 전투기와 교전이 벌어지면 연료부족 등으로 복귀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꽤 구체적인 설명이다.

외무성 고위 관계자에게 물었다. “미사일을 발사하면 곧 요격한다는 단순한 차원은 아니다”면서도 “일본에 위협이 가해지는 형태로 날아올 경우 자위권 범위 내에서 대응할 수 있다. 미사일 방어시스템은 그런 경우에 사용하기 위해 구축한 것”이라고 말했다. 표현은 완곡했지만 의지는 단호했다. 만약 북한 미사일이 요격당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끔찍하다.

동북아 전문가인 고쿠분 료세이 게이오대 교수에게 물었다. “요격하자는 여론이 일본에선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최종 요격 여부는 결국 미국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아는 어차피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분석이었다. 다시 말해 중국의 의견이 결정적이란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매우 긴밀해졌고, 적어도 북한 문제에 대해선 미국이 중국에 해결을 위탁하고 있는 양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중국 관계는 더욱 긴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어찌 보면 중국의 발언권이 커지는 셈이다. 지난주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보증’을 요구한 것은 달라진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1조2000억 달러로 추산되는 엄청난 미국 국채를 보유한 중국이 큰소리치는 것은 당연하다. 숨 죽이고 힘을 기르던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중국이 아니라 필요하면 행동하는 유소작위(有所作爲)의 중국이다. 이미 두 나라는 북한과 관련해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한다.

일본도 중국과 가까워지고 있다. 고쿠분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급속히 가까워지는 상황과 관련해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소외당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런 소외감은 일본의 친중국 발길을 재촉한다. 두 나라 관계는 야스쿠니 참배 문제,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 등으로 2005년까지 얼어 있었다. 2006년 아베 총리의 중국 방문 때부터 풀리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엔 미국의 중재노력이 작용했다. 그래서 최근 일본이 모색하고 있는 것이 미·중·일 3국 협력체 구상이다. 세 나라 관계가 좋아지면서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한국은 반대하고 있다.

북한도 최근 중국과 급속히 관계를 회복 중이다. 올해는 양국 수교 60주년이다. 18일 북한의 김영일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원자바오 총리와 ‘친선의 해’ 개막식을 가졌다. 중국의 대북 지원이 급증하고 있다. 김정일의 중국 방문까지 점쳐지고 있다.

결론.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일본은 요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원치 않으니까. 미국은 중국과 함께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것이다. 일본 역시 미국·중국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애쓸 것이다. 문제는 우리다.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국제정치판에 대한민국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안보도 위기다. 경제위기처럼 피부에 와닿지 않기에 잘 느끼지 못하지만, 그 못지않게 심각하다.

오병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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