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안정 대책에도 외국인들 '팔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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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외국인들의 투자환경을 대폭 개선한 증시안정대책이 발표됐음에도 이들이 지속적으로 보유주식을 내다팔아 장세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15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가들은 '10.13 증시안정대책' 이 발표된 13일 1백29억원의 순매도 (매도 - 매수) 를 기록한데 이어 발표 다음날인 14일에도 순매도규모가 2백10억원에 달하는 등 최근의 매도행진을 지속했다.

이번 증시안정대책으로 외국인투자 한도가 11월3일부터 26%로 늘어나고 주식 양도차익 비과세 혜택이 일본.독일등으로 확대되는등 외국인들의 투자여건이 크게 호전된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주식매각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외국인들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동안 순매수를 유지했으나 기아사태 이후 매도우위전략으로 돌변해 8월 9백52억원, 9월 2천9백83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14일까지의 순매도규모는 1천6백65억원.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이처럼 '팔자' 공세에 나선 것에 대해 금융시장이 불안한 한국을 비롯해 외환위기에 빠진 동남아 이머징마켓에서는 더이상 고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세계적인 펀드들이 이들지역에서 철수해 중남미.러시아등으로 투자대상을 옮기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대기업들의 부실화파문에 따라 안정적 성장이 기대되는 종목을 찾기 힘든데다 대부분의 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 향후 3~5년간 투자수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전망이 일부 외국인들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무역수지등 거시지표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외국 기관투자가들은 기술적 투자환경보다는 실물경제의 성장과 기업의 경쟁력을 보다 중시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지표호전에 별 관심을 기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쌍용증권 양재량 국제영업부장은 "헷지펀드나 국내 증권사의 역외펀드가 이미 손절매를 감수하고 보유주식 처분에 들어갔고 홍콩에 이어 유럽의 기관투자가들도 한국증시에서 손을 뗄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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