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러시아, 징집기피 풍조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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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자본주의의 폐단인 "돈' 과 '백' 그리고 군기피와의 함수관계가 이제 자본주의 걸음마단계인 러시아에서 벌써 시작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군개혁 부진과 예산삭감등으로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는 러시아군은 요즘 '군에 새 피를 수혈하는' 징집문제때문에 시달리고 있다.

징집률 자체가 떨어진데다 그나마 징집된 신병들도 건강이상.영양실조등 각종 문제들을 안고 있다.

블라디슬라프 푸틸린 러시아 중앙병사징집국 국장이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징병검사를 받은 대상자중 3분의 1이 각종 자격미달로 징집면제 판정을 받았다. 이러한 면제율은 91년과 비교하면 약 20%, 95년과 비교하면 5%가 증가한 것이다.

젊은이들의 건강이 나빠져 징집되지 못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기는 하지만 더 중증 (重症) 은 면제율증가에 돈과 백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합참의 한 분석관은 "최근들어 젊은이들의 징집기피풍조가 확산되면서 돈많고 백있는 집안 자제들의 징집률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베리아 지역과 가난한 집안의 자제들은 오히려 징집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마당에 '입 하나 덜자' 는 생각으로 하는 것이겠지만 문제는 이들 인력가운데 20%가 영양실조거나 체중미달의 문제아라는 점이다.

이때문에 러시아군은 올해 신규징집계획규모 (18만8천4백2명) 를 미처 못채우거나 채우더라도 자격미달의 인원들을 대규모로 징집, 현재 군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군전력 약화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

과거 러시아군은 안정된 보수와 외국주둔군으로 전출할 가능성등으로 높은 인기를 누려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예산삭감과 인원감축, 봉급체불, 승진기회축소로 인기가 없어진데다 이제는 '있는 집 자제' 빼돌리기라는 병리현상까지 보이는 대표적 기피직업이 된 것이다.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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