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달라진 서울권 외고 입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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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지역 외국어고 입시에서는 중학교 교과성적(내신)이 특히 중요해졌다. 최근 3년간 이번처럼 내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적은 없을 정도다. 지난달 외고들은 전형계획을 발표했으나 내신을 무력화했다는 비난을 들었다. 그러자 이번엔 작심한 듯 비중을 높여 전형계획을 수정 발표했다. 이 때문에 중3 학생들은 1학기부터 학교 중간고사 등 정기고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특히 논란의 핵심이 됐던 대원외고는 당초 발표한 전형계획보다 내신 비중을 2배 가까이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원외고 김창호 교감은 “내신성적이 일정 범위에 들지 못하면 영어 듣기 평가로 만회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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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지원을 위한 중학교 내신 커트라인=지난해까지 내신성적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영어 실력이 월등하면 만회할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마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신 15% 학생이 대원외고를 지원한다면 지난해엔 내신 최상위 학생에 비해 4.4점을 감점당했다. 하지만 올해는 5.8점으로 감점 폭이 커졌다. 이 점수를 영어 듣기 시험 점수로 만회하기 위해서는 내신 최상위 학생보다 4.3개 문항을 더 맞혀야 한다. 문제는 영어 듣기 합격자 평균 점수가 매년 100점 만점 중 90점 이상을 기록한다는 점이다. 문항 수로 환산하면 45개 문항 중 41.4개 정도는 지원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맞힌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상 학교 내신이 15%를 넘어서면 영어 듣기만으로는 내신에서 감점을 만회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일외고는 대원외고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내신 10%인 학생이 이 학교를 지원한다면 내신 만점과의 점수 차를 영어 듣기 점수로 줄이기 위해 전체 40개 문항 중 5.4개 문항을 더 맞혀야 한다. 영어 듣기 합격자 평균 점수가 40개 문항 중 36개 문항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10% 이내의 내신성적을 확보해야 한다.

한영외고는 내신 실질 영향력을 역대 최대로 조정했다. 내신 10%인 학생이 지난해 2.2점에서 5.5점으로, 15%인 학생은 4.8점에서 8.8점으로 감점 폭을 넓힌 것이다. 한영외고 장정현 교무부장은 “올 전형에서는 의도적으로 내신 상위 5%와 15% 간의 점수 차이를 최대한 크게 두려고 했다”며 “외고를 지망하려면 내신성적 상위 15% 정도는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늘교육의 임성호 이사는 “사정이 이런 데도 일부 학원에서는 마치 내신 영향력이 미미해 내신 30%대의 학생도 영어 듣기만 좋으면 외고에 갈 수 있다고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라 며 “자신이 가고자 하는 학교의 내신 등급 간 점수와 만회 가능한 문항 수를 꼭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수학에서 최대 17배 가중치 적용=서울권 외고 전형은 기본적으로 전 과목 내신성적을 반영하지만 학교별로 주요 과목 가중치를 다르게 적용한다. 6개 외고 전체의 올해 주요 과목 평균 반영비율은 72.8%다. 주요 과목 가중치가 가장 높은 학교는 한영외고로 83.7%에 이르며, 대일외고(82.5%)·대원외고(77.4%)·서울외고(70.8%)·명덕외고(64.1%)·이화외고(59.3%) 순이다.

주요 과목 중에서도 수학 가중치가 가장 높다. 도덕 등 기타 1개 과목 반영 비율을 1이라고 할 때 서울 6개 외고는 평균적으로 수학 5배, 국어 4배, 영어 3배, 사회·과학은 각 2배의 가중치를 적용한다. 수학 가중치가 가장 높은 학교는 대일외고다. 기타 과목에 비해 최대 17배의 가중치가 적용된다. 그 뒤를 한영외고(10배)·대원외고(6배)·서울외고(4배)·명덕외고(3배)가 잇고 있다.

대일외고 이 교무부장은 “외고에 합격한 후 수학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특히 많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라며 “대일외고의 회장·부회장 전형 등 각 학교의 독특한 전형안을 잘 분석해 자기만의 맞춤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덧 붙였다.

외고 지역제한제 어떤 영향 미치나=올해 처음 적용되는 지역제한제도 서울권 외고 합격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는 내신 2%대의 서울지역 학생들이 대거 경기권 외고에 사전 지원했지만 올해에는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난해 경기권 외고 지원자의 40~50%가 서울지역 학생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경기권 외고 성적 우수자 전형에서 합격한 인원(905명)의 40~50%(400여 명)가 서울에서 경쟁을 하는 셈이다. 이 학생들 대부분이 서울권 외고 성적 우수자 전형에 지원할 것으로 예상돼 성적 우수자 합격선이 큰 폭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또 성적 우수자 전형에 몰렸던 우수 학생들이 일반전형에 다시 지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전형 합격선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해 합격자 내신 평균 석차 백분율이 최저 수준이었던 대일외고는 서울권 외고 중 성적 우수자를 가장 큰 규모로 선발한 학교였다.

정상 JLS 입시전략연구소 문상은 소장은 “지난해 서울권 외고 합격자 평균 석차 백분율이 8.6%였는데,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5개 주요 과목 평균 석차 백분율은 6.9%였다”며 “올해는 이보다 최소한 1~2% 낮게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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