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데이트] 모레 K-1 무대 서는 ‘얼짱 파이터’ 임수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41면

“예쁘긴요, 다리가 워낙 두꺼워서 로킥 맞아도 안 아프다니까요.”

임수정이 격투기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임수정은 화려한 외모 때문에 ‘얼짱 파이터’ ‘파이팅 뷰티’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고형석씨 제공]

얼짱 파이터로 알려진 임수정(23·삼산이글체)은 “아직도 예쁘다는 말이 어색하다”면서 킥킥 웃었다. “어려서부터 예쁘다는 말을 별로 들어본 적이 없고 그렇게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사람들이 얼짱이라고 그래서 나도 놀랐어요.”

더 놀란 건 댓글들. “여자가 왜 격투기를 하느냐는 사람들, 난 예쁘다고 한마디도 한 적이 없는데 예쁜 척한다고 욕을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이 옆에 있다면 하이킥 한 방 날려줄 건가요.” 쉭쉭 소리를 내며 올라가는 임수정의 하이킥을 보면서 물었다. “아니요, 그냥 무시.”

무에타이를 한 임수정은 20일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열리는 격투기 대회인 K-1 MAX 코리아에 여성으로는 처음 참가한다. 임수정이 한국에서 가장 강한 여자 파이터는 아니다. 이기섭 관장은 “국내 3, 4위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K-1 측은 그의 흥행성을 보고 무대에 올린 것 같다. ‘얼짱 파이터’라는 소문이 나면서 네이버 검색순위가 동명이인인 영화배우 임수정보다 올라갔다고 한다.

“얼짱이라는 말이 도움이 된 건 알아요. 여자 격투기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졌고요. 자꾸 외모 얘기가 나와서 저도 신경 쓰고 있어요. 안 하던 얼굴 팩도 하고 화장품도 찍어 바르고요. 사진도 예쁘게 찍어주세요. 히히.”

그래도 로킥을 견디는 굵은 다리를 날씬한 다리와 바꿀 의사는 전혀 없다고 했다. 잘생긴 남자들에 둘러싸인, 드라마 ‘꽃보다 남자’ 여주인공이 부럽지도 않다. 임수정은 “지금 평범하게 살지는 못하지만 나이가 들어 20대를 돌이켜보면 나를 불태우며 살았다는 자부심을 가질 것 같아요. 운동을 마치고 몸에 힘이 하나도 없이 축 처질 때면 오늘도 내가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임수정은 파이터가 되지 않았더라도 인생을 불태우며 살았을 것 같다. 로커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는 성동여실에 다니던 2003년 록 밴드를 만들었다. 기타를 배우면서 80만원짜리 중고 전기기타를 샀다. 그러나 고2때 다이어트를 위해 무에타이 도장에 나가면서 로커의 꿈은 사라졌다. 큰맘 먹고 산 그 기타는 지금 무에타이 도장에서 썩고 있다.

“무에타이가 재미있기도 했고 남자들이 나보다 더 빨리 기술을 배우는 것에 오기가 생기기도 했어요. 처음엔 지도자가 되려다가 1년쯤 지나서 남을 링에 올리는 게 아니라 내가 링에 오르겠다는 결심을 했지요.”

임수정은 원래 운동을 잘하는 편이었다. 태권도 유치원을 다녔는데 남자를 포함한 수십 명의 원아 중 겨루기에서 2위를 했다니 격투기 선수로선 타고난 셈이다.

그의 ‘격투기 다이어트’는 실패이면서 성공이기도 하다. “6년 동안 몸무게는 하나도 안 줄었어요. 그런데 옷 사이즈는 확 줄었죠. 무에타이 시작할 때는 옷 사이즈를 66 중에서도 큰 걸 입었는데 요즘은 55사이즈도 입을 수 있어요. 운동을 하면서 예뻐지긴 한 것도 같아요.”

격투기를 하면 얼굴이 예뻐진다고? 믿기지 않는 말이다. 그의 코는 약간 휘어 있었다. 지난해 9월 경기 도중 코뼈가 부러졌기 때문이다.

당시 임수정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경기를 치렀다. 진 적은 있지만 한 번도 KO는 물론 다운도 당하지 않았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격투기하면서 얼굴이 예뻐졌다기보다는 링 위에서 열심히, 화끈한 경기를 하기 때문에 팬들이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내 경기가 재미없었다면 누가 나 같은 사람을 봐주기나 했을까요.”

복싱은 두려움이다. 가장 위대한 복서로 평가받는 무하마드 알리도 링에 오르기 전 공포를 이기기 위해 떠버리가 됐다고 한다.

“선수 대기실에 있으면 무서워서 도망가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무슨 사고가 나서 경기가 취소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하지만 경기를 여러 번 하니까 견딜 만해요. 링에 올라섰을 땐 내가 세상의 중심에 서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  

성호준 기자,사진=김도훈 인턴기자

임수정은…

■ 체격 : 1m67cm, 58kg
■ 생년월일 : 1985년 10월 17일
■ 격투기 입문 : 2003년 1월(무에타이)
■ 전적 : 21전17승4패(8KO승)
■ 취미 : 요리(한정식, 태국요리). 뜨개질, 재즈댄스
■ 특기 : 하이킥. 지구력
■ 주량 : 소주 1병. 맥주는 무한
■ 좋아하는 가수 : 넬, 자우림
■ 주요 경력 : 2004 무에타이협회 신인왕, 2006 네오파이트 여자 52kg 우승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