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늬우스 6070] ① 추억의 버스안내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민들과 애환을 같이했던 시내버스, 그리고 운전기사와 함께 그 시내버스를 운행했던 버스 차장. 다들 먹고살기 힘들었던 1961년 6월 17일 여차장제가 도입되면서, 그때부터 전국의 모든 버스의 차장은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무작정 상경했던 하이틴 소녀들의 대표적 직업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부르고, 불렸다는 사실 자체가 민망하지만 우리는 당시 별 생각 없이 그들을 '안내양'이라고 했습니다.

안내양의 주된 업무는 승객들을 버스 안으로 우그려넣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안내양은 만원버스에 매달려 문도 닫지 못한 채 출발해 '개문발차'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지금이라면 생각지도 못할 위험천만한 일이었습니다. 오늘날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승객을 밀어넣는 '푸시맨' 역할을 나이 어린 그들이 해낸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 안내양은 억척스런 젊은 여성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버스 뒷문을 두드리며 '오라이'라는 출발 신호를 운전사에게 보내는 일과 버스삯을 받고, 거스름돈을 내주는 일이 그들에게 주어진 본연의 일이지만, 차비를 내지 않고 내리려는 승객들과의 사이에 오가는 고함·삿대질 역시 그들의 몫이었습니다. 1985년 시행된 시내버스 자율화 조치로 승객이 버스에 타면서 요금통에 버스비를 넣기 시작하면서 버스 안내양은 대한민국 직업분류군에서 빠졌습니다. 이제는 머리에 서리가 내려앉았을 그 분들, 요즘은 행복한 나날 보내고 계시지요?

그 추억의 버스 안내양이 돌아왔습니다. 17일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서울 우이동~중앙대를 운행하는 151번 간선버스 10대에서 버스 안내양이 등장해 서비스를 했습니니다. 유니폼을 입은 추억의 버스 안내양은 오전 8시부터 40분간 남대문로와 롯데백화점 앞 정류소에서 승객들에게 토큰 모양의 사탕을 나눠주는 이벤트도 벌였습니다.

이 추억의 버스 안내양 이벤트는 경기침체로 고통을 겪고 있는 시민들에게 버스를 활용해 행복을 전하는 '해피 버스 드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습니다. 서울시는 이 행사를 3, 6, 9, 12월 셋째 화요일에 정례적으로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이춘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