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家閥]28.파키스탄 샤리프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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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파키스탄의 전총리인 베나지르 부토 가문 (96년12월9일 8면참조) 이 지는 해라면, 현총리 나와즈 샤리프 집안은 뜨는 해라고 할 수 있다.

샤리프 총리는 지난 2월 총선에서 숙적 (宿敵) 인 부토 전총리를 물리치고 다시 정권을 잡음으로써 정치적 정점에 올랐다.

그의 집안은 파키스탄내에서 10대 재벌안에 드는 '이테파크' 그룹도 소유하고 있어 샤리프가는 파키스탄의 정치.경제를 휘어잡은 셈이다.

샤리프 총리는 집안의 막강한 재력을 발판으로 지난 81년 32세의 나이로 일찍이 정치에 입문했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 이테파크 그룹의 이사로 활동하던 샤리프는 지아울 하크 군사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다가 펀잡주 재무장관 자리에 앉은 것이다.

샤리프는 이후 정치가로서 승승장구했다.

84년에는 35세의 나이에 펀잡주의 최연소 총리에 올랐고, 88년에는 다시 펀잡주 총리로 재선출됐다.

샤리프가 파키스탄의 정치 지도자로 부상한 것은 지난 89년 베나지르 부토와 정치적으로 대립하면서 부터다.

88년 지아 울 하크 대통령이 비행기 사고로 갑자기 사망한 후 치러진 총선 결과, 총리에 오른 부토와 샤리프는 펀잡주에 대한 예산 배정 문제로 대립하기 시작했다.

샤리프는 90년 9개 우파정당 연합체인 회교민주동맹 (IDA) 을 이끌면서 정치가로서 더욱 성장했고, 이후 굴람 이샤크 칸 대통령에 의해 해임된 부토 총리를 누르고 90년 총선에서 승리함으로써 결국 41세란 나이로 첫번째총리직에 올랐다.

이후 샤리프와 부토의 총리 다툼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계속된다.

샤리프 총리는 이후 칸 대통령과 대립했고, 93년6월에는 자신도 칸 대통령에 의해 해임됐다.

93년10월 치러진 총선에서는 부토가 이끄는 파키스탄인민당 (PPP) 이 제1당으로 부상하면서 샤리프는 뼈아픈 패배를 맛봐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 샤리프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부토 정권이 각종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지난해 11월 다시 부토 총리가 당시 대통령인 파루크 레가리에 의해 해임된 것이다.

결국 샤리프가 이끄는 이슬람교도동맹 (PML) 과 부토의 PPP는 올해 2월초 총선에서 다시 한번 격돌했다.

결과는 샤리프의 대승리였다.

하원의석 2백17석중 PML이 과반수를 넘는 1백34석을 차지한 것. 부토의 PPP는 당시 총선에서 18석을 얻는데 그쳐 재기불능이란 평가다.

샤리프 총리도 시련은 없지않았다.

부토 전총리에게 정권을 넘겨준 지난 93년이후 샤리프 집안의 이테파크 그룹은 각종 부패 혐의에 휘말렸다.

부토 정권이 샤리프를 견제하기 위해 이테파크 그룹의 약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94년말~95년초에는 샤리프의 아버지이자 이테파크 그룹의 창업자인 미안 모하메드 샤리프가 친척들과 함께 탈세 혐의로 투옥되기도 했다.

그러나 샤리프는 부토 정권에 대항하는 야당 지도자의 자리를 잃지 않았고, 결국 올해초 정권 탈취에 성공했다.

이테파크 그룹은 현재 파키스탄 최대의 민간 제철소를 비롯, 4개 섬유공장과 제당공장등을 거느리고 연간 매출액이 4억5천만달러를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부러울 것이 없는 샤리프 총리지만 해결해야할 골치거리는 한둘이 아니다.

그는 우선 지난 47년 독립이후 계속된 군사 정권과 부패 정권하에서 만신창이가 된 파키스탄 경제를 회생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샤리프 총리는 기업가 집안 출신답게 정권을 잡을 때마다 경제우선 정책을 펴왔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때문에 샤리프는 지난 2월 총리 취임이후 국영기업 민영화등 경제자유화를 지속하고 수출 강화 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해왔다.

독립후 지금까지 틈날 때마다 정치에 개입해온 군부를 잘 아우르는 것도 샤리프 앞에 놓여있는 과제중 하나다.

다만 샤리프는 부토에 비해 군부와의 관계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관계를 발판으로 부패와의 전쟁을 추진중인 그는 지난 4월 수뢰 (受賂) 혐의를 받은 만수룰 하크 해군 참모총장의 옷을 벗기는등 강경 조치도 취한 바 있다.

올해초 두번째 총리 취임당시 "첫번째 총리직에 있을때는 실수가 많았다" 고 자신의 실정 (失政) 을 솔직히 인정한 샤리프 총리가 정적 (政敵) 및 군부 세력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면서 어려움에 빠진 파키스탄 경제를 살려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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