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삼성벤치 작전지시 너무 아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히트앤드런 또는 희생번트와 도루만이 벤치가 구사할 작전의 전부는 아니다.

경기장 상황과 흐름에 따라 그때그때 필요한 내용을 주지시키는 것도 벤치의 할 일이다.

그런 면에서 삼성벤치는 너무도 작전을 아꼈다.

2회말 2사 1, 2루의 위기에 몰린 삼성의 수비. 삼성의 노련한 유격수 유중일은 지나치게 주자를 견제하다 선취점을 내주는 보이지 않는 실책을 저질렀다.

2루 베이스에 가깝게 서있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 수비위치로 돌아가며 주자를 베이스에 묶어두려 한 것이었다.

그러나 투아웃인데다 주자는 발이 빠르지 않은 김동수. 주자를 견제하던 유가 제위치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렸고 마침 박종호는 유중일이 자리를 지켰다면 유격수 정면타구로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타구를 날렸다.

결과론이지만 당시 삼성벤치는 주자견제보다 수비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켰어야 했다.

강풍속에 터진 홈런도 결국 삼성을 패전으로 몰아넣었다.

이날 잠실구장엔 초속 6.7의 바람이 오른쪽 외야에서 왼쪽으로 강하게 불고 있었다.

따라서 오른손 타자의 몸쪽공은 웬만큼 뜨기만 하면 장타가 될 확률이 높았다.

실제로 이날 터진 5개의 홈런은 모두 오른손타자가 몸쪽공을 쳐내 얻은 것이었다.

삼성은 4회초 김한수가 LG 김용수로부터 몸쪽공을 걷어올려 3점홈런을 터뜨렸다.

잘 맞긴 했지만 바람의 덕도 보았다.

그렇다면 4회말 만루위기에서 삼성벤치는 반대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야 옳았다.

더욱이 타자는 몸쪽공에 강한 유지현. 한마디 조언이 필요한 때였지만 맡겨두었다가 왼쪽 펜스를 살짝 넘는 만루홈런을 허용하며 치명타를 맞았다.

그밖에 삼성벤치는 제구력이 불안했던 성준의 교체타이밍을 놓치고 6 - 4로 뒤진 5회엔 포스트시즌 등판경험이 없는 최재호를 내보내 포기가 너무 일렀다는 느낌마저 주었다.

김홍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