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발생 맞혔다” 안도 … 7시간 뒤 진로 바뀌자 허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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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2시30분 서울 동작구 신대방2동 기상청 2층 국가기상센터. ‘황사 특보를 내려야 할까, 언제 내릴까’. 전준모 기상예측2과장과 국립기상연구소 전영신 황사연구과장이 기상 위성 자료와 기압도 등을 모니터에 띄워놓고 고민에 빠졌다.

기상청 김용수 예보상황3과장(맨 왼쪽)과 이현경 연구사(왼쪽에서 둘째)가 모니터에 떠있는 인공위성 사진을 보며 황사의 진행 상황을 논의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아침에 중국 베이징의 모니터 요원이 보내온 사진과 보고서를 만지작거렸다. 그 요원은 “좀 뿌옇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오후 1시35분 산둥반도 후이민의 미세먼지 측정기는 ㎥당 803㎍(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보고했다. 두 과장은 확신이 안 섰다. “오후 3시에 황사가 서해안으로 상륙할 것”이라는 수퍼컴퓨터의 예측 결과가 왔다.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 전 과장이 “16시를 기해 황사 예비특보 발표”라고 외쳤다.

4시 정각. 기상청은 황사 예비특보를 발령했다. “16일 아침 서울·경기 등지에 황사주의보나 경보를 내릴 것”이라는 예보였다.

오후 6시40분. 인근 분식집에서 돌솥비빔밥 등 식사가 배달됐다. 통보관 10여 명이 10분 만에 식사를 마치고 모니터 앞에 앉는다. 오후 8시 예보3과와 교대했다. ‘황사가 백령도를 통과해야 할 텐데…’. 김용수 예보상황3과장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전국 28곳의 미세먼지 검출기가 보내온 자료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오후 11시15분. 7층 기상연구소의 김승범 연구관이 웃는 얼굴로 내려왔다. 그는 “전초기지인 백령도 기상관측소에서 황사 먼지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통보관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특보대로 가는 것이다. 백령도의 황사먼지 농도가 올라가자 김용수 과장이 “0시를 기해 서해 5도에 황사주의보 발효”라고 외쳤다. 이 판단도 옳았다. 16일 0시25분 412㎍/㎥로 치솟아 황사주의보(농도 400㎍/㎥) 기준치를 넘었다.

오전 4시 백령도의 농도가 563㎍/㎥까지 올라갔다. 특보대로 가는 듯했다. 하지만 오전 6시 상황이 반전됐다. 서울 지역은 110㎍에 지나지 않았다. 특보가 빗나간 것이다. 오보였다. 육명렬 예보총괄과장은 “북서풍이 아니라 남서풍이 불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결국 오전 6시50분에 “황사 유입이 늦어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통보관들의 얼굴에 피로가 몰려왔다. 오후 1시 일부 지역에서 황사가 관측돼 그나마 밤샘한 보람이 있었다.

가장 어려운 기상 예보가 황사다. 중국과 한반도 사이에 서해가 있어 인공위성 사진만 보고 판단해야 한다. 북한의 상황도 알 수 없다. 지난해 황사 예보 적중률은 63%(강수 예보는 70~80%). 2006년 4월에는 황사 예보 실패 때문에 당시 이만기 기상청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강기헌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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