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글날…유아 한글 익히기 가이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아이가 어느정도 한글을 깨쳤는가가 얼마나 똑똑한지를 나타내는 척도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아이의 한글 교육에 조바심을 내는 부모들이 많다.

중앙대 이원영교수 (유아교육과) 는 "부모가 서둘러 아이들에게 억지로 한글을 가르치면 아이의 한글습득자체는 빨라지지만 아이의 창의성과 융통성을 죽이는 결과가 생기기도 한다" 며 "아이에게 말을 가르칠 때처럼 글자도 생활속에서 수없이 반복, 아이 스스로 깨우치도록 유도해야한다" 고 말했다.

최근 '우리아이 한글떼기' (한울림) 를 펴낸 김미랑 (38.서울 군자동) 주부는 "아이가 잘 아는 사물 이름등 익숙한 글자를 많이 보여줘 아이 머리속에 글자 이미지를 남기는 방법으로 한글교육을 시작하라" 고 조언한다.

유아교육자들이 제안하는 한글교육방법을 알아본다.

▶글자에 흥미를 일으키는 환경을 만들자 = 아이에게는 글자도 동물.꽃처럼 한가지 사물에 불과하다.

아이의 흥미를 자아내기 위해서는 글자를 주변에 자주 등장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간판등에 관심을 갖고 그것의 효용을 은연중에 아이에게 알려주거나 집에서 글을 읽는 분위기를 자주 만들면 아이는 '글자'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된다.

"어머니가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실 때 늘 무릎위에는 한권의 책이 놓여있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그 책을 빨리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 철학자 사르트르가 고백할 정도.

▶아이가 흥미를 보일 때를 놓치지 말자 = 아이가 주변에 자주 등장하는 글자에 대해 흥미를 갖는 순간이 있다.

부모는 그 순간을 잘 포착, 아이 인상에 남도록 가르쳐주면 글자에 대한 아이의 지적욕구는 더욱 커진다.

가령 통닭집을 지나면서 천천히 '양.념.통.닭' 이라고 읽어주면서 아이가 아는 단어인 '닭' 을 강조해 말하고 '닭을 파는 곳이구나' 를 반복하면 아이의 머리에 '닭' 이라는 글자가 이미지로 남게된다.

▶낱글자를 가르치는데 집착하지 말자 = 아이가 평소 많이 봤던 단어나 늘 읽는 동화책을 외워 읽기 시작하면 부모는 글자에 대한 욕심이 생겨 문장이 아닌 글자를 떼어 내 읽어보라고 강요하기 쉽다.

하지만 아이는 글자를 단어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낱글자는 읽지 못한다.

이럴때 자꾸 읽기를 강요받다보면 짜증을 내고 글자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기도 한다.

낱글자 개념 역시 자연스럽게 심어주자. 가령 아이가 '갈비' 를 보고 '나비' 라고 읽을 때 "그래, 나비 할 때 '비' 자가 여기도 나왔네. 그런데 이건 갈비구나" 라고 해주면 아이는 똑같은 글자가 다른 단어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낱글자의 의미를 서서히 파악해간다.

▶아이가 싫증내지 않도록 한다 = 글자를 재미없게 배운 아이는 자연히 책 읽는 것도 싫어하게 된다.

특히 아이는 자주 질문을 받으면 금방 싫증을 내므로 글자를 아는 것이 신기하다고 자꾸 '이게 뭐냐' 고 물어보는 것은 좋지 않다.

또 빠른 성과를 기대해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예컨대 동화책 읽기는 아이가 싫증내기 직전에 그만두는게 좋은데 일반적으로는 5~10분 정도가 적당하다.

이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