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건강] 여성 갑상선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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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모(45)씨는 최근 건강검진을 받고 충격에 빠졌다. 남의 일처럼 여겼던 갑상선암이 실제 자신에게 발생한 것이다. 병원에 정밀검사를 예약했지만 적어도 석 달은 기다려야 한다는 통고를 받았다. 갑상선암이 늘고 있다고는 들었는데 정말 뜻밖이었다. 요즘 진료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녀는 걱정이 태산이다. 수술을 해야 하는지, 흉터는 생기지 않을지, 수술 후에는 별 문제가 없는지…. 중앙일보 건강팀과 고려대의료원이 펼치는 ‘중년의 건강이 위험하다’ 4회 주제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여성 갑상선암으로 정했다.

고종관 기자

갑상선부터 알자=‘125㎍’. 하루에 분비되는 갑상선 호르몬의 양이다. 눈물 한 방울보다 적은 미량의 호르몬이지만 위력은 대단하다. 조금 많이 분비되면 땀을 흘리고, 맥박이 빨라지며, 에너지 소모가 늘어난다. 마치 난로가 과열되는 것 같다. 반대로 호르몬이 줄면 몸의 대사기능이 떨어져 무기력해지고, 추위를 타며, 삶에 의욕을 잃는다. 이는 갑상선 호르몬이 신진대사와 체온조절 기능을 하기 때문. 이렇게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는 부위에 암이 생긴 것이 갑상선암이다. 갑상선의 위치는 목울대 뒤쪽이고, 모양은 좌우로 펼친 나비처럼 생겼다.

갑상선암에도 종류가 있다. 유두암·여포암은 비교적 성질이 순하다. 45세 미만이면서 주변 장기에 침윤이 없는 저위험군의 경우 완치율(25년간 추적 관찰)이 95%에 이른다. 재발률도 5% 미만이다. 고위험군이라도 완치율(10년간 추적 관찰)은 70% 정도.

반면 수질암은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생존율이 65% 미만일 정도로 고약하다. 재발이 잦고, 폐·뼈·간·뇌에 전이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미분화암은 대부분 진행된 뒤 발견돼 한 달 내에 사망한다. 하루가 다르게 암이 커져 전이될 확률이 높다.

어떻게 진단하나=검사는 비교적 간단하다. 테크니슘이나 요오드라는 동위원소를 목에 주입하거나 마신 뒤 사진을 찍는 스캔 검사, 초음파를 이용한 영상 진단, 미세한 침으로 세포를 뽑아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검사법이 있다.

스캔 검사의 경우 까만 혹으로 나오면 양성, 하얀 혹이면 암을 의심해 정밀검사에 들어간다. 미세침 흡입 세포검사로 암을 확진한다. 약간 따끔한 느낌이 들 정도의 가벼운 검사로 1~2분 내에 마취 없이 진행된다. 초음파검사는 결절의 크기·모양·위치·개수를 아는 데는 유리하지만 확진 방법은 아니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최근 적은 검체로도 높은 진단율을 보이는 신 프렙(Thin Prep·액상세포진 검사)을 도입했다. 이 검사는 세포를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어 표본을 제작할 때의 오류를 줄이고, 세포진 검사의 정확도를 높인다.

이 병원 내분비내과 최경묵 교수는 “최근 진단·치료 기술이 발달돼 양성결절인 경우 불필요한 수술을 방지하고, 악성(암)의 경우에도 적절한 치료로 대부분 완치한다”고 설명했다.

후유증 없는 수술이 중요=수술은 일반 절개술과 내시경을 통한 수술 두 가지로 나뉜다. 내시경 수술은 겨드랑이·유륜 부위로 내시경을 넣어 갑상선을 절제한다. 목에 흉터가 남지 않는 것이 장점. 그러나 내시경이 들어간 경로로 암이 전이될 수 있고, 림프절 절제가 불가능하다. 반면 목의 피부 일부를 조금 절개하는 최소침습수술은 갑상선 및 림프절을 확실히 제거할뿐더러 사후 관리를 잘 받을 경우 1년 정도 지나면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고려대 구로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이재복 교수는 “1㎝ 이하의 미세유두암은 전이 가능성이 낮고, 암의 진행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 치료가 쉽다”며 “암의 종류와 진행 여부에 따라 최적의 치료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갑상선 제거술은 절개술이든 내시경을 이용하든 부갑상선의 기능을 살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손 떨림 등의 합병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구로병원의 경우 수술 중 부갑상선 호르몬을 직접 확인해 이러한 합병증을 예방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여성암센터=당일 진료부터 검사까지 한 번에 끝나는 원스톱을 구축했다. 내과·외과·이비인후과·핵의학과·영상의학과 등 전문의료진이 협진을 통해 진단에서 치료·수술·사후관리를 신속하게 진행한다. 또 목의 흉터를 최소화하고, 암의 완전 제거율을 높이는 최소침습절개술을 자랑하고 있다. 수술 중에도 부갑상선 기능을 수시로 체크해 수술 이후 손 떨림 등 각종 합병증을 예방한다. 갑상선암 수술 후 재발·전이를 예방하는 첨단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실을 갖추고, 전담 간호사도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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