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정국…엇갈리는 김대중-이형택씨 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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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와 그의 처조카인 이형택 동화은행 영업1본부장 - . 비자금 의혹을 둘러싼 두사람의 엇갈린 진술때문에 의혹의 눈길이 커지고 있다.

7일밤 기자회견을 자청, "金총재의 자금관리를 한 적도,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 고 비자금 의혹을 부인한 李씨의 진술을 金총재가 바로 다음날 뒤집었기 때문이다.

金총재는 8일 아침 "실명제 이전 몇차례 돈을 관리해 달라고 맡겼던 적이 있었다" 며 " (李씨가) 나를 위한다고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르나 책임있는 정치지도자로서 국민들을 속일수 없어 사실대로 털어놓은 것" 이라고 밝혔다.

신한국당은 즉각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며 공세의 고삐를 당겼다.

국민회의는 "두사람이 사전에 입을 맞추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한 것" 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박지원 (朴智元) 총재특보는 "7일 저녁 李씨를 만나 '빨리 사실여부를 언론에 밝히라' 고 했더니 순진하게도 8일 아침에 기자회견을 하자고 하더라" 며 "이런 일을 당해보지 않아 경황이 없었을 것" 이라고 두둔했다.

김원길 정책위의장도 "李씨는 金총재의 인척이란 점 때문에 예금유치 실적이 좋지 못했다" 며 "실명제 이후엔 金총재의 돈을 관리할 수 없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어쨌거나 엇갈린 진술로 인해 李씨의 발언에 대한 신뢰도가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진위를 떠나 '20억원+알파설' 에 이어 또다른 시빗거리를 제공한 셈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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