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변화 적은 펀드, 약세장선 최고 실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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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주가 상승기에 큰 수익을 못 냈지만 최근과 같은 약세장에서 빛을 발하는 펀드들이 있다. 주식투자 비중이 크면서도 배당을 많이 하는 주식 등에 투자해 수익률 변화를 최소화한 펀드들이다. 전문가들은 주가 등락이 극심한 상황에서 투자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변동성이 작은 펀드를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하락기에 돋보인 펀드=신영투신의 '신영비과세고배당주식형1'펀드는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올랐던 4월 26일까지 1.6%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종합주가지수가 15.4%나 오른 것에 비하면 초라한 실적이었다. 하지만 그 뒤 차이나 쇼크, 미국 금리 인상설, 고유가 등 3대 악재로 주가 하락이 계속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4월 26일 이후 지난 21일까지 종합주가지수는 20.7%나 빠졌지만 이 펀드는 수익률 저하를 -7.5%로 막아냈다. 주식편입비중이 70% 이상인 50억원 이상 규모 181개 펀드 가운데 기간 수익률 1위였다.

반면 같은 회사가 운용하는 '신영오딧세이주식5'는 주가 상승기(1월 2일~4월 26일)엔 13.3%의 수익을 냈지만, 주가 하락기(4월 26일~6월 21일)엔 -27.2%의 수익을 기록해 최하위권이었다.

두 펀드의 결정적 차이는 변동성에 있었다. '신영비과세고배당주식형1'은 6개월간 펀드 수익률이 가장 작게 변했다. 반면 '신영오딧세이주식5'는 펀드 수익률 변동이 가장 컸다.

펀드평가업체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수익률 변동폭이 가장 작았던 3개 펀드는 주가 상승기엔 성적이 저조했지만, 주가 하락기 수익률은 가장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익률 변화가 극심했던 펀드들은 모두 주가 하락기 수익률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수익률 변동성 살펴야=수익률 변화가 작은 펀드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시장을 맹목적으로 좇아가지 않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고배당주에 투자하거나,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수익성이 좋은 가치주에 투자하는 식이다.

신영투신 허남권 부장은 "배당성향이 큰 주식의 경우 주가가 하락해도 배당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어 고배당펀드는 은행 금리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가 상승기엔 실적이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주가와 함께 움직이는 대형주 편입비중이 큰 펀드일수록 수익률이 높게 마련이다.

한국투신 김기봉 팀장은 "변동성이 작은 펀드는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내려는 투자자보다 장기간에 걸쳐 고른 실적을 원하는 장기투자자에게 알맞다"고 말했다.

제로인 이재순 팀장은 "주식시장의 등락이 극심한 증시일수록 펀드 투자자는 수익률 못지않게 펀드의 변동성을 따져보고 자신의 성향에 맞는 펀드를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변동성이란=특정기간 펀드의 평균 수익률과 주간 수익률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표준편차로 계산했다. 변동성이 클수록 펀드의 수익률 변화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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