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광명성 2호’ 일본 상공 통과 … 2차 추진체 3600㎞ 날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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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다음 달 4∼8일 중 발사하겠다고 선언한 로켓의 궤적이 드러나고 있다. 13일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회원국들에 회람시킨 자료에 나온 추진체 낙하 예상 지역으로 추정하면 로켓은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를 출발해 일본 열도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으로 날아간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북한이 두 국제기구에 통보한 낙하 예상 지역의 좌표를 바탕으로 항공안전본부에서 (로켓의) 대체적인 방향을 추정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신고한 추진체의 예상 낙하 지점은 두 곳이다. 무수단리에서 650㎞ 떨어진 동해 공해상(1차 지역)과 무수단리에서 3600㎞ 떨어진 북태평양 해상(2차 지역)이다. 1차 지역은 일본 아키타현에서 서쪽으로 130㎞ 떨어져 북한보다 일본에 더 가까운 해역이고, 2차 지역은 일본 도쿄 근처의 지바현으로부터 동쪽으로 2150㎞ 떨어진 북태평양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두 낙하 예상 지점을 연결해 보면 로켓은 일본 열도 상공을 지나갈 수밖에 없다”며 “방향으로만 따지면 1998년 대포동 1호와 유사한 형태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한 전문가도 “혹 로켓이 일본 본토와 북쪽의 홋카이도 사이의 상공을 지나갈 수는 있어도 일본 열도 자체를 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98년 북한이 발사한 대포동 1호에 들끓었던 일본이 이번에도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북한이 통보한 낙하 지역으로 볼 때 3단계 추진체로 추정되는 로켓은 무수단리에서 발사된 직후 1단계 추진체가 분리돼 동해의 1차 낙하 예상 지역에 떨어진 뒤 다시 2차 추진체가 분리돼 북태평양의 2차 낙하 예상 지역에 떨어진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이어 3단계 추진체가 분리되며 로켓의 머리 부분에 실려 있는 시험용 통신위성이라는 광명성 2호가 우주 궤도에 오르게 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단계·2단계 추진체는 고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고, 3단계 추진체는 인공위성의 경우 해당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기 위한 ‘미세조정용’이다. 위성은 초속 7.9㎞의 속도를 유지해야 우주로 이탈하지도 않고, 반대로 지구상으로 떨어지지도 않기 때문에 3단계에선 정밀한 속도·방향 제어 기술이 요구된다. 이춘근 위원은 “특히 북한이 2단계 낙하 예상 지점을 3600㎞로 신고한 것으로 볼 때 북한이 이번에 성공한다면 사실상 3600㎞+α의 사거리를 갖는 장거리미사일을 보유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성과 동일한 중량의 탄두를 3단계 추진체에 실어 지상 목표를 공격할 경우 당연히 이 미사일은 2단계 추진체가 떨어진 3600㎞ 이상 날아가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보다 구체적인 북한의 미사일 개발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선 로켓의 제원과 위성의 무게 등 핵심 정보가 필요하지만 북한은 이를 국제기구에 제공하지 않았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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