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전남 광양의 훈련구장에 들어선 박항서(사진) 전남 드래곤즈 감독은 잠시 눈을 의심했다. 하석주 수석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 전원이 군인처럼 머리를 짧게 깎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음 날은 주장 염동균을 비롯한 몇몇 선수가 또 머리카락을 밀고 나타나더니 그 다음 날에도 선수들의 삭발 릴레이는 이어졌다.
사정은 이렇다. 7일 전남은 K-리그 개막전에서 1-6으로 참패했다. 게다가 이천수의 ‘주먹감자 및 총쏘기’ 사건까지 터졌다. 이천수와 박 감독이 징계를 받았고, 구단 안팎이 뒤숭숭했다. 하 코치는 “아무래도 분위기를 다잡을 뭔가가 있어야겠다고 판단했다. 어떻게 보면 여섯 골이나 내주면서 무기력한 경기를 한 선수들에 대한 무언의 시위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코치들에게 삭발을 하겠다고 했더니 모두 동참하겠다고 했다”면서 “머리를 깎고 보니 팬들에게 속죄하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설명했다.
머리숱이 별로 없는 박 감독은 “코치들에 이어 선수들도 하나둘 머리를 깎고 오는 모습이 눈에 띄긴 했지만 별 말은 하지 않았다. 나도 동참하고 싶긴 하지만 깎을 머리가 없어서 안 되겠다”고 농담한 뒤 “15일에는 부산을 만난다. 선발 멤버를 교체하는 등 등 변화를 꾀해 첫 승을 노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온누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