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지역에 긴장 고조…이란 전투기 영토내 폭격에 이라크 발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세계의 화약고' 걸프지역에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에 온건 모하마드 하타미 정권이 들어선뒤 화평의 조짐이 돌던 이 지역이 다시 긴장에 휩싸인 것은 지난달 29일 이란 전투기들이 반이란 무장단체 소탕을 이유로 이라크 영토내 비행금지구역을 폭격하면서 부터다.

이라크는 이란의 군사행동을 즉각 비난하면서 분노를 표시했다.

미국도 이란에 다시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할 경우, 격추시키겠다고 경고하는 한편 니미츠 항공모함을 예정보다 약 한달 앞당겨 걸프지역에 급파했다.

이란은 여기에 맞서려는듯 오는 8일 걸프해역에서 대규모 기동훈련을 실시하고 이라크 남부 반이란 무장단체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지역이자 수송루트인 걸프지역에 이처럼 긴장이 고조되자 국제 원유값이 크게 뛰어 중동 두바이산 원유값은 지난 1일 18.62달러에서 3일 현재 20.35달러로 이틀새 9.3%나 급등했다.

그러나 현재의 긴장이 과거 걸프전쟁이나 이란.이라크전쟁, 또는 지난해 미국의 이라크폭격과 같은 무력충돌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란에 직접 폭격을 당한 이라크의 대응이 조심스럽다.

이라크는 이란의 폭격을 비난하면서도 구체적인 군사적 대응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해 놓은 비행금지구역 때문에 폭격에 속수무책이었다며 이라크의 주권과 안보를 위협하는 비행금지구역을 해제하라고 호소했다.

이라크는 이란의 폭격대상이 이란에서 넘어온 반이란 무장단체에 한정돼, 이라크 국민들에게 아무런 피해가 없는 상황에서 공연히 이란에 전면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도 미국.이라크와 직접 대결은 피하려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란은 이번 폭격이 반정부단체의 테러에 대한 방어적 공격이란 사실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이란은 최근 미국의 이란 - 이라크제재법을 무릅쓰고 프랑스 토탈사와 대규모 가스전 개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미국의 신경을 잔뜩 거슬러놓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자칫 군사적 충돌상황이 전개될 경우 미국은 이를 역으로 이용, 이란을 압박하려들 공산이 크다.

때문에 이란은 앞으로 이라크영토에 대한 추가폭격을 자제하면서 긴장도를 서서히 낮춰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