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 김혈조 옮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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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선시대 실학사상의 개척자이자 뛰어난 문장가였던 연암 박지원의 산문 모음집. 중국기행문인 '열하일기' , 소설 '양반전' , 그리고 여러 산문들이 이전에도 활발하게 소개됐지만 이번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관.학문.북학.정치현실.우정등 소주제별로 연암의 글을 체계있는 분류했다는 점. 제목의 '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 는 눈을 떠 앞을 보게 된 소경에게 다시 눈을 감으라는 연암의 충고가 담긴 역설적 표현. 세상은 온통 허위과 왜곡으로 가득 차 있어, 차라리 눈을 감고 마음으로 길을 찾을 때 정도 (正道)에 다다를 수 있다는 고도의 비유다.

책에는 이처럼 온갖 선입견 혹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현실이나 사물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방법에서 시작해 목민 (牧民) 의 도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당대 양반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이 담겨 있다.

홍대용.박제가.유득공등 다른 실학자들과의 교류에선 따뜻한 인간미도 배어나온다.

옮긴이는 영남대 한문교육과 교수로 있다.

〈학고재.3백42쪽.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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