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미대 실기고사 없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권명광 홍익대 총장은 11일 “올해(2010학년도) 입시에서 전체 미술대학 정원 860명 중 자율전공 100명은 실기고사를 치르지 않고 입학사정관 심층면접으로 뽑겠다”고 밝혔다. 권 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대 무실기 전형 인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현재 중3이 치르는 2013학년도 입시부터는 실기고사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입시 부정과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손재주를 보는 실기시험 대신 심층면접을 통해 창의력과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140여 개 미대 중 무실기 전형을 도입한 것은 홍익대가 처음이다. 이에 따라 다른 대학의 예체능계 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권 총장은 “지난해(2009학년도)는 미대 자율전공 지원 수험생을 대상으로 실기평가를 했지만 올해부터는 입학사정관들이 심층면접을 실시해 끼와 잠재력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학생부·미술교과 성적, 미술 비교과 활동을 비중 있게 평가하고 미술 전문 입학사정관 제도를 활용해 심층면접을 한다는 것이다.

서종욱 입학관리본부장은 “수년간 미대 입학생을 분석한 결과 실기성적이 좋은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며 “사교육을 조장하는 미술 관련 경시대회 성적도 반영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실기 없는 미대 입시 논란=홍익대 미대가 파격적인 무실기 입시 실험에 나선 것은 실기고사 문제 유출과 미술학원과의 유착 의혹 등 잦은 입시 비리로 손상된 대학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고교와 미술계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예고 서영님 교장은 “사교육에 의해 훈련된 학생보다 창의적인 학생을 뽑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유명무실해진 고교 미술 교육이 정상화되고 명확한 심층면접 기준이 마련되기 전까지 진통을 겪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미대의 한 교수는 “미대 입시에서 실기고사는 여전히 중요한 전형요소”라며 “실기고사를 폐지하기보다는 사교육의 허를 찌를 수 있는 창의적인 평가 방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홍익대 최병훈 미술대학장은 “실기고사를 어떻게 바꿔도 사교육이 곧바로 대응한다”며 “심층면접에서 필요하면 간이 실기고사 형태로 수험생의 재능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