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중국산책] 중국을 통하려면 탁구를 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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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5월8일 일본을 방문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와세다 대학에서 일본의 탁구스타 후쿠하라 아이와 아예 시범 탁구 경기를 벌이고 있다.[중앙포토]

3월 7일 양제츠 외교부장이
전국인민대표대회 기간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시간 가까운 회견에 500여 명의 기자들이 참석했다.

재미있는 건 기자회견이
양제츠 부장 본인의 탁구 실력 내공을
은근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는 점이다.

양 부장이
각국 외교부장과의 만남에 대한 소회,
그리고 양 부장 자신의 외교 이념에 대한 견해를 알려달라는
신화사 기자의 마지막 질문에 답하면서다.

양 부장은 말하기를
각국 외교부장을 만나봤는데
어떤 이는 테니스를 즐겨 친다고 하더라,
그 이유가 건강을 지켜 열심히 외교 업무에 종사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그 말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 부장은 며칠 전 자신보다 수준이 높은 탁구 고수와
탁구 경기를 한 결과 몇 판을 계속 이겼다고 소개하면서,
이때문에 오늘 기자회견에 나온 자신이 매우 UP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은 이기려 하는 마음이 강하고
지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밝히면서
이게 외교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양 부장은 이어
외교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말을 덧붙이긴 했지만
어찌됐든 양 부장 자신이 굉장히 도전적이고
또한 승부사적인 기질이 농후하다는 점을 숨기지 않고 피력했다.

양 부장이 혹시
중국 내에서 너무 文人 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그런 말을 일부러 했다고 볼 수도 있고,
이와 함께 본인의 건강을 과시하고자 하는 측면도 엿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건
중국과 통하려면 중국어 학습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탁구 정도는 쳐야 되는 게 아니냐 하는 것이다.

30년 전 중국과 미국의 수교도
1971년 4월 일본 나고야에서 벌어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참가했던
미국 탁구선수단이 대회 직후 중국 방문을 하면서 물꼬가 트이지 않았던가.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후 주석은 '중일 청소년 우호의 해'를 기념하는 자리에서
일본의 탁구스타 후쿠하라 아이와 아예 시범 탁구 경기를 벌였다.

후 주석의 스매싱 폼이 예사롭지 않음은 사진을 통해 널리 알려진 바다.
당시 일본 총리인 후쿠다 선생이
후 주석의 탁구 실력이 대단한 점을 간파하고,
자신과의 맞대결을 피했다는 농반진반 이야기가 허언은 아니었던 셈이다.

사실 중국의 웬만한 관리들은 대부분 탁구를 즐긴다.
직장에 탁구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탁구가 널리 보급돼 있다.

한국에선 탁구를 치려면 돈 내고 탁구 치는 탁구장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직장이나 학교, 심지어 동네 곳곳에 공짜 탁구대가
보급돼 있어 누구든 쉽게 배우고 또 칠 수 있는 게 탁구다.

흔히 접할 수 있다 보니 탁구 고수도 많이 나온다.
물론 직업 선수야 어려서부터 강훈을 받지만 그 저변이 무척 넓은 것이다.

이때문에 탁구를 매개로
중국인, 중국 기업가, 중국 관리들과 사귀는 건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사실 회사 탁구동우회 멤버였던 소생이
중국 유명 잡지사의 사장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내가 탁구를 좋아한다고 하자 곧바로 사무실 옆으로 안내했다.

가 보니
사무실 옆에 탁구대가 놓여 있는게 아닌가.
한 판 붙지 않을 수 없어, 게임을 한 결과 1:1 무승부로 끝내긴 했지만.

외교에 스포츠 외교 만큼 좋은 게 없듯이
사람 사귀는데도 함께 운동하는 만남 만큼이나 좋은 게 또 있을까.

중국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술자리 만들까 고민하지 말고,
그 중국 사람이 어떤 스포츠를 즐기는가를 먼저 타진해 보라.

특히 탁구는 웬만한 중국 사람들이 다 즐기기에
중국과 通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탁구 치기로 중국 알기에 적극 나설 것을 강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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