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구출' 비상] 알자지라, 특별 프로그램 방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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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재룡 외교통상부 본부대사(앞)를 단장으로 한 김선일씨 피랍사건 협의단이 21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

▶ 카타르에서 방송되는 범아랍 위성 채널인 알자지라의 유럽.북미판(영문판) 인터넷 홈페이지가 21일 김선일씨를 납치한 무장단체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예정대로 추가 파병을 하기로 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정부는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해 지난 17일 이라크 팔루자에서 납치된 미 군납업체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34)씨의 생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장단체 설득 지시=정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와 NSC.외교통상부 합동 대책위원회를 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민적으로 관심과 걱정이 많은 만큼 신속하면서도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이 문제를 풀어가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김씨의 아버지 종규(69)씨 등 가족에게 우려와 위로의 뜻을 전달했다.

◇알자지라 방송=21일 오후 1시(이라크 현지시간) 정규 뉴스시간에 톱뉴스로 한국 외교부 발표를 인용해 "한국이 인질의 참수를 협박한 이라크 무장단체 '일신(一神).지하드'의 요구를 거절하고 예정대로 3000명에 달하는 군대를 파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 직후 뉴스 앵커는 정문수 카타르 주재 대사와 인터뷰했다. 정 대사는 이 인터뷰에서 납치사태의 평화적인 해결을 바란다면서 이라크 파견 한국군이 비전투병임을 강조했다.

알자지라는 이어 내보낸 특별방송에서 이라크 추가파병에 대한 한국 내의 논란이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며 한국인 모두가 파병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서희.제마 부대의 평화적 지원활동을 소개하면서 추가파병될 자이툰 부대원 수십명이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장면을 방영하기도 했다. 또 한국인들은 이슬람교에 대해 반감이 없으며 이라크 전쟁 등을 계기로 아랍과 이슬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질의 신변 안전=이라크 전략문제 연구소 사둔 둘라이미 소장은 전화 통화에서 "한국 정부가 납치범들의 요구를 거절한 만큼 인질의 신변은 무장단체의 손에 달렸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납치범들은 알카에다와 연계된 국제테러단체 소속이기 때문에 이전에 일본인을 석방했던 이라크 종교단체처럼 협상이 용이하지는 않을 것"이며 "그들과의 접촉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군의관들의 파견진료 중단=남부 나시리야에 주둔하고 있는 한국군 제마부대 소속 군의관 35명은 21일 김씨 피랍이 발생하자 부대 안전확보 차원에서 그동안 병원 밖에서 벌이던 대민진료를 이날 하루 잠정 중단했다. 그러나 제마부대 통역관인 모하메드 무다와르가 이를 항의의 차원에서 진료를 중단한 것으로 말해 한때 AFP통신에 잘못 보도되기도 했다.

◇"끝까지 최선"=최영진 외교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협상시한이 21일 밤이나 22일 새벽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일본인 피랍사건의 경우 무사 귀환한 적이 있기 때문에 끝까지 원칙과 희망을 갖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장단체 '일신.지하드'는 21일 오전 5시10분(한국시간) 알 자지라 TV를 통해 납치한 김씨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공개하면서 협상 시한을 24시간으로 제시하고 이를 넘기면 참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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