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미국 학위논문 본다…한양대 등 7개대 검색프로그램 UMI 공동구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이제 매년 수만권씩 쏟아지는 미국의 박사학위 논문을 국내에 앉아서 구해볼 수 있게 되었다.

국내 여러 대학이 미국의 박사학위 논문 검색프로그램인 UMI (University Microfilm International) 중 특정 분야의 학위논문 자료를 구입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박사학위 논문을 쓸 때 기존의 연구성과를 검토하는 일은 필수적이어서 지금까지는 해외자료를 직접 가서 구해오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국내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경우 국내의 연구성과만 점검하는 것이 관행화되다시피해 국제적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UMI는 제록스사가 미국 대학의 모든 박사학위 논문을 납본받아 데이터베이스화해 이를 세계 어디에서나 CD - ROM으로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 이런 이유로 교육부에서도 3개월마다 증보판을 내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짜 박사학위 소지자를 색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개인적으로 이용할 경우 비용이 만만치 않아 국내에서는 거의 활용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UMI의 도입은 국내 연구자들에게 첨단 학술정보를 제공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된 것. 문제는 이 프로그램이 워낙 고가 (高價) 라는 점. 적은 예산으로 이 프로그램을 모두 살 수는 없었다.

각 대학들은 고심끝에 자신의 특성화 분야만 구입하고, 이를 서로 이용할 수 있는 검색 시스템을 개발해 네트워크를 연결함으로써 실제로 이 프로그램 전체를 구입한 효과를 거두게 됐다.

이 네트워크에 참여한 대학은 한양대 중앙도서관 (신소재).한양대 아.태지역대학원 (미.중.일.러의 정치.경제.사회분야).홍익대 (예술.역사.건축.전기.전자.통신).관동대 (환경공학).배제대 (아시아지역 마케팅).목원대 (물리.화학.생물.수학).항공대 (항공학) 등 7개 대학. 이 네트워크에 참여한 대학 도서관에서는 어디에서나 윈도우즈 프로그램을 통하여 서지사항 (저자.표제.발행처 등) 및 초록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료를 소장한 대학에 의뢰해 전문을 받아볼 수도 있다.

이런 효과를 인식한 다른 대학들도 해상경제.기계공학 등을 특화해 이 네트워크에 참석할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번에 각 대학별 연결 시스템을 만든 삼경학술정보서비스 (대표 조경효) 는 95년 교육부에 등록된 석.박사학위 논문 약 1만여편의 전문을 담은 CD - ROM도 제작한 바 있다.

한편 한국학술진흥재단이 학술정보를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운영하기 위해 최근 설립한 첨단학술정보센터 (KRIC) 도 각 대학의 이같은 움직임을 국가적 차원에서 총괄하기 위해 8개 국책대학 33개 분야의 전문정보센터를 설립, 각 대학이 보유한 첨단학술정보를 상호 검색.공급할 수 있도록 정부에 필요한 예산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