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스타일리스트]신림동 녹두거리 개혁을 위한 서울대생 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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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심야의 서울 신림동 ‘녹두거리’는 말 그대로 불야성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서울대를 끼고 있어서? 아니다. 향학열에 불타는 고시생 때문에? 그것도 아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술집들이 켜놓은 불빛들. 학교앞이라는 사실이 무색하다. 최근에는 단란주점까지 들어섰다. 유흥업소들은 인근의 하숙촌과 고시촌을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있다. 대학생보다 외부에서 온 유흥객이 훨씬 많아진 지 오래다.

참다 못한 일부 서울대생들이 방어에 나섰다. 녹두거리 개혁을 위한 모임인 ‘구석말 가라사대’가 그들. 작은 목소리지만 힘껏 외쳐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모임은 향락·소비문화를 추방하고 건전한 대학문화·대안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올해초 결성됐다. 녹두거리를 학생들의 팍팍한 삶을 풀어주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우선 몇군데 시범적으로 문화공간을 설치했다. 서점 ‘그날이 오면’에 내걸린 커다란 게시판이 그중 하나다. 과·동아리·동문 등이 약속을 정하고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주점 태백산맥은 공연무대를 만들었다. 주인을 설득해 허락을 받았다. 학생들이 공사비를 모아 직접 설치한 것이다. ‘비누방울 혹성’으로 이름 붙여진 이 무대는 운동가요건 록이건 공연을 원한다면 누구나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 서로의 공감대를 넓혀 나가자는 것이니까.

다음달 1∼2일에 있을 혹성 개성(開星)식을 시작으로 이들은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학내의 노래패들이 참여하는 공연과 학교와 녹두거리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 그 첫 주자다. 대표 김기열(25·계산통계학과 4년)씨는 “학생들이 녹두거리의 주인 자리를 되찾을 때까지 총학생회등과 힘을 모아 일을 벌여 나가겠다”고 말한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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