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추경 논란 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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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치권에서 30조원 이상에 달하는 ‘수퍼 추경’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연일 당 지도부가 나서 ‘수퍼 추경’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8일 “추경안은 30조원이 넘을 수도 있다”며 분위기를 잡은 데 이어 9일엔 박희태 대표가 직접 나섰다. 박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환경을 생각해 통상적인 것보다 크게 돈을 풀어야 일자리도 생기고 경제도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야당도 이 단계에서 정부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에 반대한다는 말은 못할 것”이라며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적정한 선의 추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정부가 추경 규모를 미리 정해놓고 효과가 검증되지도 않은 사업을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며 “추경은 빚을 내서 하는 것이므로 사전에 규모를 정해놓는 방식이 아니라 꼭 시급한 분야가 어디냐를 따져서 규모를 산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경은 청년 실업, 녹색뉴딜 사업, 교육환경 개선 등 일자리 창출 및 내수 보강에 초점을 맞춰 편성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추경 규모를 30조원으로 잡을 경우 성장률 둔화에 따른 세수감소분 10조원을 빼면 순지출 증가액은 20조원가량이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주 실무 당정회의에서 당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고 다음 주 고위 당정회의에서 추경의 용도와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민주 “재원 마련부터 걱정해야”=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은 없는 것이 제일 좋고, 하더라도 작을수록 좋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아무거나 ‘수퍼’라고 하면 좋은 줄 알고 이름을 붙이는 정부·여당이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성장률 -2%를 4%로 잘못 계산해 예상되는 세수 결손만 10조원인데 여기서 수퍼 추경을 한다고 하면 국민의 빚이 얼마나 늘겠느냐”며 “규모를 말하기 이전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부터 염려하는 게 순서”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던 것에 대한 감정의 앙금도 숨기지 않았다. 김진표 최고위원은 “지난해에 SOC 예산을 줄이고 일자리 예산 4조3000억원을 추가 확보하자는 야당의 주장을 수용했다면 지금처럼 허둥대지는 않아도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0일 당내 ‘경제위기 극복 및 일자리 창출 대책 특위’를 열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 시 일정 기간 임금의 50%를 지원해 주는 방안 등이 포함된 독자 추경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김정하·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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