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발레파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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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발레' 하면 우선 생각나는 것이 고전무용이다. '백조의 호수' 등에서 보는 발레리나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떠오른다. '발레(ballet)'는 원래 프랑스어로, 영어에서도 쓰이며 영어로는 '밸레이'로발음한다.

어쨌거나 이 익숙한 말인 '발레'에 주차를 뜻하는 '파킹'이 붙은 '발레파킹'이라는 용어가 요즘 많이 쓰이고 있다. 호텔이나 백화점, 대형 식당 등에서 주로 사용되는 말이다. 그럼 어떤 주차를 '발레파킹'이라고 하는 걸까. '발레'처럼 무언가 아름답고 우아하게 주차하는 것을 뜻할까.

'발레파킹'에서 '발레'는 무용을 뜻하는 '발레'와는 전혀 다른 의미의 단어다. 이때의 '발레'는 철자가 'valet'이며 프랑스어에서는 '발레', 영어에서는 '밸레이' 또는 '밸릿'으로 발음한다. 시종 또는 주차 담당자를 뜻하는 말이다. 주차를 의미하는 '파킹(parking)'과 결합한 'valet parking'은 글자 그대로 대리주차를 뜻하는 말이다. 프랑스 발음을 따라 '발레파킹'으로 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발레파킹'이란 말이 무언가 품위있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의미는 '대리주차'로 단순하다. '대리주차'라는 쉬운 우리말을 두고 굳이 외래어인 '발레파킹'을 쓸 필요가없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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