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펀드매니저 “중국 주식투자 비중 늘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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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마이너스 65.08%. 중국 상하이증시의 주가가 2007년 10월 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9일까지 1년4개월 남짓한 기간 중국 펀드가 기록한 수익률이다.

그러나 너무 실망할 건 없다. 영국의 HSBC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9일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에 중국·홍콩·대만 등 범중국권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응답한 펀드매니저가 67%에 달했다. 지난해 4분기의 50%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특히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펀드매니저는 지난해 4분기엔 38%에 달했지만 올 1분기엔 한 명도 없었다.

HSBC의 조사는 전 세계 펀드 잔액의 17%(약 3조2700억 달러)를 주무르고 있는 템플턴 등 12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투자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통한다.

HSBC의 존 고다드 최고개인금융책임자는 이날 e-메일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들이 내수 촉진과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펀드 매니저들이 범중국권 증시에 대해 낙관적인 의견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는 미국의 경기부양 정책이 중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와도 연관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금융위기로 전 세계 증시가 폭탄을 맞았지만 상하이종합지수는 올 들어 9일까지 14.4% 올랐다. 한화증권 조용찬 연구원은 “중국 경제도 금융위기 여파를 피해갈 수 없지만 그나마 다른 나라보다는 사정이 괜찮다”며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본격화되면 상황은 좀 더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한국이 포함된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대해선 투자 비중 확대 의견이 지난해 4분기 56%에서 올 1분기 38%로 감소했다.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의 시각이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은 셈이다. 이 지역에 대한 투자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응답도 같은 기간 33%에서 38%로 늘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증시에 대한 펀드매니저들의 시각은 지난해 4분기보다 다소 좋아졌다. 투자 비중 축소 의견이 50%에서 33%로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투자 비중의 확대·중립·축소 의견이 각각 3분의 1분에 달해 펀드매니저들조차 아직 미국 증시의 방향을 가늠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범 중국권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펀드매니저가 많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때문에 펀드매니저들은 주식보다 채권 투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펀드매니저는 지난해 4분기 50%에서 이번에는 57%로 늘어났다. 지난해 4분기에 ‘주가가 싸다’는 이유로 채권보다는 주식 투자비중을 늘리겠다는 펀드매니저가 많았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존 고다드는 “금융시장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어 채권과 같은 보다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려는 수요는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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