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오페라가수 서덜랜드 자서전 '음악계 비화'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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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화려한 고음 (高音) 을 구사하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던 호주출신 오페라 가수 존 서덜랜드 (71)가 음악계 비화를 담은 자서전을 내달에 출간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있다.

이 책속에는 오페라 무대에 일어났던 알려지지 않은 일화와 성악가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갈등, 그리고 지휘자들의 특이한 습관 등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흥미로운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중 하나는 지난 1967년 영국 런던 코벤트가든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도니제티의 오페라 '연대의 딸' 공연중 일어났던 파바로티와의 키스 사건. 당시 32세의 젊은이 파바로티는 서덜랜드의 남편 리처드 보닝이 오케스트러 연주석에서 빤히 바라보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서덜랜드에게 진짜 키스를 감행했다.

파바로티의 키스가 '지나친 것' 이라고 생각했다는 서덜랜드는 파바로티가 공연후 보닝를 만나고도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행동했다고 회고했다.

다음은 오페라 가수들간의 보이지 않는 치열한 암투에 관한 것. 서덜랜드는 1982년 프랑코 보니솔리와 공연했는데 파바로티나 도밍고에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던 보니솔리는 "극장안이 지나치게 덥다" "외풍이 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소음을 낸다" 는 등 이유를 들면서 파바로티와 도밍고가 자신의 노래를 망치기 위해 일부러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불평했다고 서덜랜드는 적고 있다.

또 하나는 지휘자의 괴팍한 버릇을 소개한 내용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지휘자 가브리엘 산티니는 성격이 불같아 단원들은 물론 가수들에게도 폭언을 마구 내뱉는가 하면 지휘봉을 집어던지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는 것이다.

때문에 연주자들은 산티니를 피하려 했다고 서덜랜드는 공개했다.

서덜랜드는 자신이 시드니 출신의 한 무명 소프라노에서 세계적 성악가로서 성공하는데는 50.60년대 세계를 휩쓸었던 그리스계 미국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성공이 큰 자극이 됐다고 술회했다.

칼라스는 생전에 서덜랜드와 함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서 쌍벽을 이뤘다.

서덜랜드는 지난 59년 런던 코벤트가든에서 도니제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로 데뷔, 당대 최고의 콜로라투라 가수로 명성을 쌓았다.

78년 영국 왕실로부터 준 (準) 남작부인 (데임) 칭호를 받았으며, 90년 현역에서 은퇴했다.

런던 = 정우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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