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입장에서 본 미국-일본 신방위지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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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일방위협력지침은 아태지역에서 양국의 군사협력을 규정하고 있지만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군사개입 빌미가 되고 있어 한국으로서는 중대한 이해가 걸린 예민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일본주변 유사시에 대비한 인도주의 활동, 일본 주변지역 탐색.구조등을 골자로한 방위지침개정안 6개분야 40개 항목중에서 특히 ▶피난민 구조.이송▶주한일본인 철수▶기뢰 소해▶경제봉쇄등에 따른 임검활동등은 일본 함정과 군용기가 우리 영해.영공에 들어오는 근거가 돼 필연적으로 주권침해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에 대해 지난 8월 한반도 유사시 일본 군사력은 한국 영해와 영공에서 작전할 수 없으며 필요하다면 한국이 요청한다는 입장을 미.일 양국에 통보한바 있다.

그러나 정부와 군당국은 일본과 군사적인 차원에서 여기에 명확한 선을 그어 놓지 못했다.

따라서 막상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기존 방침에서 후퇴, 미국과 일본의 요구대로 일본 함정과 군용기의 한국 출입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

전시에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크게 약화되기 때문이다.

한반도 유사시 2만명으로 추산되는 주한 일본인 구출작전에서 일본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한국에 해상자위대 소속의 대형수송함을 파견할 수 있다.

일본이 방어능력이 없는 수송함에는 이지스함과 잠수함등의 호위가 필수적이라며 출입허용을 요청할 경우, 정부는 한.미 연합해군이 북한 방어에 여력이 없는데다 20만~30만명으로 추정되는 북한 난민을 구출하는 일본의 역할을 감안해 상호주의원칙에 따라 이를 거부할 명분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미 연합해군은 전쟁직전 북한이 부산.울산.진해등 주요항에 부설한 기뢰를 제거할 능력이 부족하므로 연합사가 기뢰제거를 위해 일본 해상자위대 보유의 소해정과 소해헬기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크다.

개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에 따라 일본은 원하든 원치않든 이같이 다양한 형태로 군사개입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일본은 전쟁이 끝난뒤 전승국처럼 행동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선 중국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요한 점은 정부가 이같은 모든 상황을 사전점검해 일본자위대의 작전 수용범위를 명백히 정해 사전에 이를 미국.일본.중국등 주변국에 통보, 기정사실화하며 동시에 부족한 소해능력등 전투능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민석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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