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투자유치단장' 같은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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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통령이 참가하는 공식 행사는 언제나 엄숙하고 딱딱했던 것으로 우리는 기억한다.

그러나 20일 (현지시간) 터키의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 동쪽으로 80㎞ 떨어진 이즈밋시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터키공장 준공식' 은 비즈니스맨같은 대통령의 '경제외교' 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케 해준 자리였다.

대통령.수상.통상장관등 터키 정부의 수뇌부들이 함께 자리한 이 행사는 '형식' 이나 '체면' 은 찾아볼 수 없는 '축제의 장 (場)' 이었다.

경호도 행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이뤄졌다.

실내 행사장은 화려한 식전 행사로 호흡이 다소 불편할 정도로 매캐한 연기로 가득찼지만 76세의 슐레이만 대통령은 구김살없는 표정으로 두 차례 단상에 올랐다.

두번째는 예정에 없는 즉흥연설이었다.

"터키는 정치적으로 불안하다고 하지만 (외국인) 투자는 안전하다.

투자해서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외국인 투자를 호소하는 그는 흡사 '투자유치단장' 이나 '기업인' 처럼 보였다.

슐레이만 대통령은 현대측이 최고급 승용차 다이너스티를 선물하자 이를 주지사에게 넘겨주며 "반드시 타고 다니라" 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그는 "우리가 참전했던 한국, 그 나라가 성장해 우리를 도우러 왔다" 며 흐뭇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공장 준공식 테이프커팅이 끝나고 생산라인을 둘러볼 때 한 여인이 불쑥 뛰쳐나와 입맞추자 웃으며 답례하기도 했다.

국익을 위해서는 형식이나 체면에 구애받지않는 터키 고위 관리들의 자세는 많은 것을 생각케한다.

특히 슐레이만 대통령은 신임 대사들이 신임장을 제정할 때마다 "저 멀리 있는 한국도 투자하는데 당신네들은 뭐하느냐" 고 말할 정도로 철저한 '경제외교관' 이라는게 유병우 (兪炳宇) 주 터키대사의 전언이다.

'국경없는 무한경쟁' 시대에 비즈니스맨같은 대통령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은 아닐까.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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