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소주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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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나라마다 대표적인 술이 있다.

독일 맥주, 프랑스 포도주, 스코틀랜드 위스키라면 한국은 소주일 것이다.

얼마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라라시는 소주를 한국의 '고유문화' 로 인정, 한국식당에서 소주를 팔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한국소주는 일본에서도 인기다.

불고기.갈비.김치와 함께 소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상품의 하나다.

진로소주는 지난해 일본에 3천1백만달러어치를 수출했으며, 올해는 5천5백만달러 수출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본 소주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일본인 주당 (酒黨) 들은 "진로가 일본을 마셔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고 농담한다.

우리나라에 소주가 언제 전해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고려사' 에 공민왕때 경상도 원수 (元帥) 김진 (金鎭) 이 소주를 즐겨 마셔 부하들과 소주도 (燒酒徒) 를 만들었다는 것이 소주에 관한 첫기록이다.

조선조 초기엔 왕실.사대부 등 지배층이 주로 마시다가 후기에 들어 양조업이 발달하면서 서민들도 즐기게 됐다.

소주 제조법엔 증류식과 희석식 두 가지가 있다.

예전에 가정에서 빚던 소주는 증류식이고, 현재 양조공장에서 빚는 소주는 모두 희석식이다.

증류식의 경우 사용 원료에 따라 찹쌀소주.멥쌀소주.보리소주.옥수수소주.밀소주 등으로 나누며, 첨가 약재 (藥材)에 따라 감홍로 (甘紅露).이강고 (梨薑膏).구기주.매실주 등으로 나눈다.

이에 대해 희석식은 주정 (酒精) 함량만 다를뿐 종류별 차이는 없다.

최근들어 한국이 유럽 술의 주요 수출시장으로 떠오르자 유럽연합 (EU) 이 소주를 공격목표로 삼기 시작했다.

즉 주세 (酒稅)가 위스키.브랜디 1백%, 보드카.럼.진 80%인데 비해 소주는 35%에 불과하고, 교육세도 양주 30%에 소주는 10%인 것을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EU는 소주 세율을 양주와 같게 하거나 아니면 양주 세율을 낮추라고 요구, 세계무역기구 (WTO)에 제소까지 했다.

이에 대해 소주업계는 희석식 소주는 주정에 물을 섞었기 때문에 양주와 소주는 전혀 다른 술이라고 주장하지만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일본은 이들의 압력에 굴복, 다음달부터 양주의 주세를 58% 인하하는 한편 소주의 주세를 앞으로 5년간 1. 6~2.4배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러다간 앞으로 소주조차 맘놓고 마실 수 없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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