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각제 공약에 흐믓한 자민련…겉으론 "가능성 없다" 일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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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한국당이 15대국회 임기중 내각제 개헌을 매개로 신한국당 - 자민련 연대를 모색하려 한다' 는 보도를 접한 자민련의 외견상 분위기는 냉랭하다.

지지율 부진으로 곤경에 처한 이회창대표가 분위기 반전을 위해 던진 카드정도로 평가절하한다.

김용환 (金龍煥) 부총재는 "김종필총재나 내가 그런 꾐에 넘어갈 것 같으냐" 고 가능성을 일축했고, 강창희 (姜昌熙) 사무총장도 "가능성이야 있을 수 있지만 실현가능성은 없는 것 아니냐" 고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은 金총재와 단둘이 만나고 난뒤 "물에 빠진 이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식으로 연대를 모색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얘기" 라고 폄하했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다시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 가 왔다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金총재의 몸값이 오르게 된다는 계산 때문이다.

또한 여기서 조금 더 몰아치면 '연내 내각제 개헌' 을 실현하는 것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게 金총재의 계산인 듯하다.

安대변인이 이날 누차 강조한 부분도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이 임기내 내각제 실현을 위해 정치권과 새로운 연대를 모색하기를 촉구한다" 는 것이었다.

金총재 측근들은 "金총재가 DJP및 여권과의 연대 가능성을 둘다 열어 놓고 있으며 중간위치에 서 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당의 흐름은 전반적으로 'DJP불가피론' 으로 흐르고 있어 주목된다.

그동안 'DJP불가론' 을 외치거나 보수대연합론을 주창하던 의원들도 "이젠 외길아니냐" 며 체념조 하소연을 늘어 놓고 있다.

하지만 최종결심은 金총재의 몫이라는게 그를 잘 아는 이들의 분석이다.

92년 민자당 경선과정에서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고 어느 한순간 김영삼후보 지지쪽으로 돌아선 그의 정치역정으로 볼때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라는 얘기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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