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도서 유통기구 설립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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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영합리화를 위한 필요조건이다."

"시장 자체를 결딴내는 단견이다." 9월 독서의 달에 때아닌 재고도서 논쟁이 일고 있다.

재고도서는 말 그대로 도매상.출판사 창고에 '잠들어' 있는 책들. 최근 2~3년간 심화된 출판불황 탓에 책의 반품률이 30%까지 높아지면서 재고도서 또한 급증하고 있다.

가전품등 일반상품은 할인판매를 통해 재고를 소화하는 반면 현재 출판시장에는 그같은 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는 형편. 이런 상황에서 창작과비평사 한기호 영업이사가 재고도서 전문유통기구의 필요성을 들고 나섰다.

지난 7월말 한국출판연구소가 개최한 출판포럼에서 "재고도서를 저렴한 값에 되팔면 출판사 경영에도 도움이 되며 따라서 신간가격도 내려갈 것" 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원로출판인 일지사 김성재 대표가 맞서고 나섰다.

격주간 출판정보지인 '출판저널' 9월5일자에서 "할인판매가 이뤄지면 도서정가제가 무너지고 출판사의 이미지도 손상된다" 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기호 이사는 같은 잡지 9월20일자에서 "재고도서 유통시스템은 출판.서적계를 살리는 길" 이라며 "정가제가 무너진다는 것은 무리한 발상" 이라고 강조했다.

함량미달의 책들을 제외하고 양서 (良書) 위주로 운용하면 출판사들의 무분별한 생산을 막을 수 있으며, 재고도서 유통이 활성화된 일본에서도 정가제가 지켜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출판계가 논쟁의 추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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