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도 만원이다…수명끝난 위성 15만개 떠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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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주도 만원이다.

광활한 우주에는 수명이 끝난 위성과 우주선, 크고 작은 바위들이 수없이 떠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우주국 (ESA) 집계에 따르면 지구 상공에만도 많게는 15만 개의 우주 파편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이중에는 직경이 몇㎝ 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인공위성만도 4백50개에 달한다.

러시아의 유인 우주정거장 미르호가 지난 15일 4백70m 가까이까지 접근한 미국의 한 군사위성과 충돌 위기를 모면한 사고도 따지고 보면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

4백70m는 우주에서 보면 머리카락 폭 정도에 불과한 거리. 그러나 지구의 우주센터 관리들은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주의 교통차선은 지구 상공 2백㎞부터 시작된다.

상공 2백㎞ 아래에 있는 물체들은 지구로 급속히 떨어져 대기권으로 접어들면서 연소되고 만다.

정찰위성은 보통 지구에 가까운 낮은 궤도를 사용하는 반면, 미르나 통신위성등과 같은 정지궤도 위성들은 높은 궤도를 이용한다.

예컨대 미르와 미국의 우주선들은 보통 3백50~4백㎞ 상공을 선회한다.

미르는 무인화물선과 충돌하기 2개월 전인 지난 4월에도 다른 관측위성과 충돌 위기를 맞았으나 다행히 ESA가 관측위성의 궤도를 1백50m 수정한 덕택에 충돌을 모면한 적이 있다.

레이더는 직경 20㎝의 작은 물체까지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ESA는 저 (低) 궤도에서는 직경 2㎝의 물체까지, 고 (高) 궤도에서는 10㎝의 물체까지 식별해낼 수 있는 망원경을 오는 11월부터 사용할 계획이다.

수명이 다한 일부 위성은 귀환 도중 연소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지구로 보내지며 다른 것들은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 속에 보다 먼 우주로 날려보낸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위성을 최후 목적지까지 보내기 위해서는 연료는 물론이고 지상의 지시를 따를 컴퓨터 용량이 충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주를 떠도는 미아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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