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깊은 러프·빠른 그린에 무기력한 국내 골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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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더블보기.트리플보기.쿼드러플보기'

현재 태영CC에서 벌어지고 있는 라코스떼 SBS프로골프최강전에 출전한 국내정상급 골퍼들의 스코어다.

남녀 공동대회로 치러지는 이번 대회에 남자는 올시즌 상금랭킹 10위 이내와 역대 우승자등 46명, 여자는 랭킹 7위 이내와 역대 우승자등 24명이 출전했다.

그야말로 국내골프의 간판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선수들의 성적을 보면 프로골프 최강전이라는 대회명칭이 부끄러울 정도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한홀에서 보기는 기본이고 더블보기 이상을 기록하는 일이 허다하다.

올시즌 3관왕인 최경주는 2라운드 마지막 18번홀 (파 5)에서 쿼드러플보기를 범했다.

최는 티샷이 왼쪽 나무밑에 떨어지자 세컨드샷을 페어웨이로 일단 처냈다.

서드샷은 짧아 그린 오른쪽 30m 앞에 떨어졌다.

네번째샷은 러프가 너무 깊어 헛스윙. 다섯번째샷은 짧아 그린에지에 떨어졌다.

결국 6타만에 그린에 올렸으나 핀과의 거리는 3m.그마저 3퍼트를 범해 무려 9타만에 간신히 홀아웃했다.

또 임승재는 1라운드 4번홀 (파 4)에서 무려 9타나 치는등 아마추어 보다 못한 플레이를 보였다.

남자의 경우 1.2라운드에서 언더파를 친 선수는 고작 3명에 불과했다.

80타 이상도 11명이나 속출했다.

박한평은 무려 88타나 쳤다.

여자는 2라운드에서 24명의 선수들이 기록한 버디가 21개인 반면 보기 이상이 1백69개에 달할 정도로 형편없었다.

프로들이 헤매는 이유는 코스가 지난주 신한오픈이 개최됐던 제일CC보다 더 까다롭기 때문. 특히 그린은 국내 최고수준인 3㎜이하로 깎고 다섯차례나 롤링을 해놓아 '3퍼트는 기본' 이 되다시피하고 있다.

임진한은 "러프가 10~15cm" 라며 "러프에서는 아무리 후려 쳐도 20야드밖에 나가지 않았다" 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지난주 외국선수들이 1~4위를 독식한 신한오픈에 이어 국내선수들이 얼마나 깊은 러프와 빠른 그린에 무력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대회가 되고 있다.

김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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