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 자동차 협상 또 연기…관세등 세제개편 요구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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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0~12일 (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자동차협상이 미국측 요구사항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이달 말 (22일 이후) 다시 협의를 갖기로 하고 끝났다.

미국은 이달 말까지 통상 보복수단인 슈퍼 301조 적용 검토대상을 확정하게 돼 있어 자동차 협상은 미묘한 시기에 막판 줄다리기를 하게 됐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다음주중 워싱턴에서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시장 개방에 대해 기자회견을 갖는등 미 정부와 의회에 대해 압력을 강화하고 있어 협상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이번 양국간 협의에서 불거진 가장 큰 이슈는 세제개편 문제. 미국은 한국에 대해 자동차 수입관세 인하와 함께 배기량 기준으로 대형차에 무겁게 매겨지는 자동차세를 가격기준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측은 처음부터 관세.세제 개편등 국회에서 법을 고쳐야하는 문제는 협의대상으로 다룰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합의가 어려웠다고 협상대표인 김종갑 (金鍾甲) 통산부 통상협력심의관은 설명했다.

미국측은 올해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세제개편을 검토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약속을 받아내야겠다는 입장인데 반해 한국측은 입법부 소관인 법개정 사항은 언급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현재 한국의 자동차세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대형차에 대한 누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나머지 현안중에는 의견접근을 본 부분도 꽤 있다.

관세인하 문제를 제외하면 시장개방을 바라는 미측의 요구와 규제완화를 바라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요구가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확보나 안전기준등과 관련된 문제는 협상에 큰 진전이 없었다.

사안별 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하철 공채 매입 : 외제차 구입에 높게 책정된 공채매입액을 10월중 국산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자가인증 제도 : 내년부터 시범 실시 후 2000년에 가서 시행시기를 검토, 2000년대 초에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승용차의 근저당 설정 : 93년부터 폐지한 제도를 다시 도입하기는 어렵고 다만 자동차등록증 원본을 할부금융회사가 보관토록 해 중고차 사기판매로 인한 피해를 막는 방안을 도입할 것임을 밝혔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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