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은행의 '은행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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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계은행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계 은행의 시스템 긴급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다.

골드먼 삭스사도 각국의 은행부문 '위험' 지수를 12가지 면에서 측정했다.

정부의 대출간섭, 국내총생산 (GDP)에 대한 은행여신 비중의 증가속도 등이 그 요소로 포함됐다.

24점이 가장 나쁘고 0점이 최상인 이 평가에서 태국 22점, 한국 18점, 미국은 1점이었다.

한.태 두나라는 '위험 (fragile)' 등급 판정을 받았다.

한국이 받은 점수는 요새 한참 통화.외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15점보다 더 위험하다는 판정이었다.

우리나라 은행의 사정은 우리가 지금 눈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억지로 눈을 감고 있다.

아시아계 은행들은 높은 부동산 대출비중, 빠른 대출증가율에 겹쳐 최근에는 환율불안.주가급락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더군다나 외국 금융기관들로부터 영업보고서의 불투명성 관행을 이유로 따돌림마저 받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의 존스턴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한국내부 사정을 이야기할 입장은 아니지만 금융부문 개혁이 가장 급하다" 고 고언 (苦言) 했다.

잇따르고 있는 기업부도와 관련해서도 가장 염려해야 할 것은 기업부도 자체가 아니라 그것 때문에 촉진되고 있는 은행의 파멸이란 점을 우리는 여러차례 강조해 오고 있다.

기업의 부도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겠다는 당국자의 강력한 원칙을 한쪽면에서 우리는 적극 찬동한다.

그러나 같은 동전의 다른 면에 있는 것은 은행시스템의 위기다.

은행의 위험을 제도와 운영에서 직접 만들어낸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정부라는 사실에 정부가 눈을 감아선 안 된다.

우리 은행의 지배구조를 진정한 주식회사적 민영화로, 은행감독은 '책임지는 체제' 로 개혁하는 것이 세계은행의 경고대로 너무도 긴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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