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사격 초청받은 부순희 출전 사양…"총보다 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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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동료들이 제몫까지 잘 해줄겁니다. "

지난 10일 월드컵파이널즈사격대회 (9월12일~14일) 출전길에 나선 동료들을 전송하는 '주부스타' 부순희 (30.한일은행) 의 심경은 실로 착잡했다.

뜨겁던 한여름 비지땀을 흘리며 동고동락했던 동료들과 함께 떠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스위스 루가노에서 벌어지는 이번 대회는 밀라노.뮌헨.서울월드컵등 굵직한 대회에서 입상한 선수들이 모여 명실상부한 세계최강을 겨루는 한판. 지난 5월 서울과 밀라노월드컵에서 스포츠권총과 공기권총에서 각각 금메달을 따낸 부순희는 당연히 초청 1순위였다.

그러나 초청장을 받은 부순희에게는 남모를 고충이 있었다.

바로 사격스타이기 이전에 '가정' 을 지켜야할 주부라는 사실이었다.

지난 92년 10월 회사원 최재석 (34) 씨와 결혼한 뒤에도 선수생활을 계속한 부순희는 일취월장, 마침내 94년 8월 세계선수권대회 스포츠권총에서 세계최강에 등극했다.

그러나 가정에 쏟는 시간은 점차 줄어들었다.

특히 95년말 낳은 아들 동규 (2) 를 건강이 좋지않은 시어머니에게 맡기는 것은 너무나 죄송스러웠다.

또 이번 대회기간중에는 추석마저 끼어있다.

부순희는 급기야 지난달말 "운동을 계속하기가 너무 힘들다" 며 고충을 토로했다.

가사때문에 이번 대회를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그녀의 사격에 대한 애정과 의욕은 결코 식지않았다.

부순희는 "내년 세계선수권에서 2연패를 달성하겠다" 며 이번 대회 포기가 은퇴는 아니라고 밝혔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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